주승용 "최고위원직 사퇴"… 새정치 계파 갈등 또 재연
주승용 "최고위원직 사퇴"… 새정치 계파 갈등 또 재연
  • 장덕중 기자
  • 승인 2015.05.08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청래 "사퇴할 것처럼 공갈쳐" 비판에 문재인 만류도 뿌리쳐
文, '막말' 정청래에 사과 요구… 지도부 '궤도이탈' 점입가경
▲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비난 발언에 최고위원직 사퇴를 밝힌 주승용 최고위원(왼쪽)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승용 최고위원이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불거진 '내부 진통' 격화 속에 결국 사퇴하겠다고 8일 자진 선언했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주변 의원들의 만류로 최종 결정을 보류한바 있다.

하지만 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치지 말라'는 발언에 격분, 문재인 대표의 만류를 뿌리치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주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발언 순서에서 "패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 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표에게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개, 공정, 공평'이라는 키워드를 문 대표가 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최고위원의 발언을 들은 정 최고위원은 "공개, 공정 공평.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최고위원직을) 사퇴하지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중하고 단결하는 데 협조하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격분한 주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을 듣는 게 치욕적"이라면서 "저는 지금까지 공갈치지 않았다. 저는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가 아무리 무식하고 무능해도 이런 식으로 당원의 대표인 최고위원에게 말해서는 안된다. 저는 공갈치지 않았다"며 "주승용 의원의 말은 틀렸다거나, 저는 의견이 다르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최고위원은 회의장 밖으로 나와서도 동료 의원과 만나 "이게 바로 패권주의"라며 "(지도부가 재보선 패배에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에) 지금까지 아무 답변도 없고, 이런 말까지 듣고 내가 뭉개고 앉아서 최고위원이라고 발언을 하겠느냐"라며 사퇴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어 "지금 (당이) 한참 잘못되고 후폭풍이 만만찮아 같이 논의하자고 제안을 한건데 (내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나"라며 "비공개석상이면 우리끼리 치고받고 싸울 수 있지만, 공개석상에서 내가 공갈을 쳤다고 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정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주 최고위원은 기자들을 향해 입장을 차분히 정리해 다시 밝히겠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이날 사달이 난 뒤 공개적으로 정 최고위원에게 "부적절했다. 유감스럽다"며 '경고장'을 보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서도 "정 최고위원이 과했다"며 "적절한 사과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 정 최고위원에게 사과할 것을 우회적으로 지시했다.

이후 문 대표는 주 최고위원과 한차례 통화를 갖고 만남을 청했으나 주 최고위원은 "만나지 않겠다"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이 "사과할 생각이 없다"며 버티고 있어 사태 해결이 난망인 상황이다.

앞서 정 최고위원은 지난 4일 트위터에서도 '주승용 최고가 틀렸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4·29 패배가 친노패권에 대한 심판이라는데, 비과학적 감정 이입"이라면서 "주 최고는 광주 책임자였는데 뭐 뀌고 성내는 꼴"이라며 당내 '친노 패권주의'를 언급한 주 최고위원을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주 최고위원의 퇴장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이 노래를 부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유 최고위원은 "오늘 어버이날이라 어제 경로당에서 노래 한 소절 불러드리고 왔다"며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되는 원로가수 고 백설희씨의 '봄날은 간다'의 일부를 즉석에서 불러 주변을 당황케 했다. 미리 준비한듯 분홍색 정장상의 차림이었다.

이에 추미애 최고위원은 "한 소절만 불러 안타깝다"고 꼬집었으나, 유 최고위원은 미소를 띠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4·29 재보선 전패 후유증에 대한 수습에 나서야할 지도부가 난맥상을 보이면서 당내에서조차 "정신을 못차렸다"며 '봉숭아학당', '콩가루집안' 등 자조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 때 당 대변인을 지낸 금태섭 변호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막말하고, 노래하고, 정말 부끄러워서 말이 안 나온다"며 "가끔씩, 이런 식으로 하는데 우리 당이 집권하면 정말 나아질까 하는 근본적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장덕중 기자 djjang57@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