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5.05.08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끼쳐 송구… 검찰에 소명하러 왔다"
홍 지사, 사건 관계자 회유 등 증거인멸 개입시 구속영장 불가피
▲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전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서울 송파구 자택을 나섰지만 검찰 소환에 응할때는 카네이션을 떼고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 출두했다. ⓒ연합뉴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대상이 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홍 지사는 이날 오전 9시55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7시55분 일찌감치 서울 송파구 자택을 나섰던 홍 지사는 검찰청 근처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피의자 신문 준비를 마치고 예정된 10시에 맞춰 검찰청에 도착했다.

홍 지사는 자택을 나설 때 어버이날에 맞춰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었고 정장에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색 넥타이 차림으로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변호사 사무실에서 꽃을 떼고 검찰청 입구에 선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도청 출근길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자신있게 결백을 주장한 것과 달리 긴장한 모습도 보였다.

차량에서 내린 홍 지사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검찰에 오늘 소명하러 왔다"고 말하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검사 출신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 심경이 어떠냐는 기자 질문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 짓를 상대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금품거래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조사는 특별수사팀 소속 손영배 부장검사와 평검사 1명이 맡았다.

검찰은 이날 조사 결과에 따라 홍 지사의 신병처리를 결정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까지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조사를 받기 위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홍 지사는 옛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섰던 2011년 6월께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당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건네받은 윤 전 부사장이 국회를 찾아 홍 지사 측 보좌진에게 쇼핑백에 든 1억원을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반면 홍 지사는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홍 지사를 상대로 자신의 보좌진이 윤 전 부사장을 통해 1억원을 건네받은 점을 알고 있었는지, 돈이 오간 내용을 성 전 회장과 얘기한 적이 있는지, 경선자금을 투명하게 회계처리했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다.

아울러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홍 지사의 일부 측근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 기간에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홍 지사가 이런 시도에 관여한 게 아닌지도 캐묻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부터 나흘 연속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관련 진술을 구체적으로 확보했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2011년 6월께 아내가 운전한 차량을 타고 국회 의원회관에 가서 홍 지사를 만나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고, 당시 동석했던 홍 지사의 보좌관이 이를 들고 나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 주변 계좌에 대한 추적내역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입수한 2011년 당대표 경선 자금 회계처리 서류 등을 분석해 1억원이 어떤 식으로 홍 지사 측 캠프에 흘러들어갔는지 등도 조사했다.

검찰은 핵심 증인인 윤 전 부사장의 진술 등에 비춰 홍 지사가 1억원을 받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그를 기소할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지사가 측근들을 시켜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바꾸도록 지시했고, 이 때문에 측근들이 윤 전 부사장 회유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 회유를 지시했다면 증거인멸 교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