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中·日과 겉도는 한국외교, 고립 자초했다
[사설] 美·中·日과 겉도는 한국외교, 고립 자초했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4.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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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발적 언행은 단호히 대응
외교·경제 문제는 전략적 대처해야

최근들어 박근혜 정부의 외교가 고립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밀월관계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마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지난 주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한국외교에 경종을 울리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11월 중국 베이징 회담에 이어 불과 5개월 만에 열린 이번 회담은 그 분위기가 성과면에서 그 때와는 천양지차였다.

시주석은 작년 7월 한국을 방문했을때 아베 내각의 퇴행적 과거사 부정을 정면 비판하면서 한·중 양국이 힘을 합해 맞서자고 제안했다.

그랬던 시주석이 5개월 사이 아베 총리를 두 번씩이나 만나면서 두 나라 관계가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회담은 중국이 그 동안 과거사와 영토분쟁을 이유로 일본과 대결 일변도로 치달았던 외교노선을 접고 경제·외교를 분리 접근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전환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의 이 같은 변화의 이면에는 중국주도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설립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시주석은 자신의 신 실크로드 전략을 뒷받침하는 AIIB 창설에 일본이 참여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던졌고 아베 총리는 중국과 이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화답했다.

중국은 ‘역사’라는 명분보다 ‘AIIB’라는 실리를 선택했고 일본도 아시아지역의 인프라 투자 수요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중?일 관계 개선이 일본에 가져다주는 실리는 막대하다. 실제로 작년 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엔저 현상까지 겹쳐 일본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220만 명을 기록했다. 엄청난 급증세다.

일본은 한편으로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전략을 활용해 엄청난 선물을 받아냈고 중국으로부터는 경제적 실리를 챙긴 것이다.

이처럼 주변 강대국들이 국익을 앞세워 합종연횡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외교는 변화의 물결에서 저만큼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 ‘고립’이 현실로 다가오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사·영토 문제에서 한국만큼 일본에 적대적이던 중국이 이처럼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초조함을 더하고 있다.

현재 한·중간에는 미국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라는 ‘시한폭탄’이 짓누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사와 관련해 미?중과 한국을 차별적으로 대하는 일본의 전략도 한국외교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이 국제외교무대에서 사면초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변국들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방향설정을 하고 있는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은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를 제끼고 중·남미 순방을 선택했다.

또 다음달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우리와 이처럼 관계가 얽혀있는 주변국 원수들이 대부분 참석하는 ‘외교무대’에 한국 대통령만 잇달아 빠지는 모양새다.

이처럼 한국외교가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이것은 골칫거리가 아니라 축복”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불렀다. 외교수장의 이같은 한심한 현실인식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일본과의 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지 않은채 미·중과의 공조를 통한 압박에 주력해온 박근혜 정부의 기존 외교전략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

정부는 일본의 도발적 언행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되 외교?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국익우선 차원에서 좀 더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