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대통령, 통치스타일 확 바꾸는 계기로
[사설] 박근혜 대통령, 통치스타일 확 바꾸는 계기로
  • 신아일보
  • 승인 2015.04.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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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인사 트라우마로 5중고 위기에 처해
귀국 즉시 대 국민 사과하고 대책 내놔야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시한부 총리’로 몰린 이완구 국무총리가 마침내 사의를 표명했다.

중남미 4개국을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이총리의 사의 수용과 함께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강조함으로써 초유의 국정공백 사태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박대통령의 메시지는 이총리의 낙마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 척결과 경제살리기 정책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메시지의 밑바닥에는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맞은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고강도 정치개혁과 민생 챙기기로 돌파함으로써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의 사정수사도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 공산이 커졌다.

전날 황교안 법무장관이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황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례적으로 2차례 사면받은 것에 대해 “단초가 있으면 수사하겠다”고 말해 사정수사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총리의 사퇴결정으로 총리거취를 둘러싼 정국의 혼란은 일단 정리된 모양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성완종 리스트로 야기된 정치적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는 넘어야 할 파고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박대통령은 아직 임기 5년의 반도 채우지 못했다.

첫해는 잇따른 인사참사와 국정원 댓글사건, 둘째해는 세월호 사태와 정윤회 문건파동으로 국정의 에너지를 소진했다.

3년차에 접어들면서 공무원연금개혁 등 4대 개혁과제를 풀어가야할 시점에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3명과 국무총리가 거명된 ‘성완종 리스트’가 터진 것이다.

일할 시간은 많지 않은데 정권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사건이 터지면 국정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성완종 사건’이 몰고 온 국정공백 사태는 집권3년차 전략 재설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는 집권 3년차 전략으로 ‘통일대박’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승부수로 삼고 ‘4대 국정과제’달성을 내세웠지만 기획사정설과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사정은 180도 바뀌었다.

‘통일대박’으로 띄운 남북관계 개선은 북미사일 발사, 흡수통일 논란 등으로 물꼬가 반대로 흘렀다.

전 정권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시작된 자원외교 비리수사 등 ‘이명박 정부 때리기’는 성완종 리스트가 폭로되면서 되려 현 정부 실세 등을 겨누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공무원 연금개혁 등 4대 국정과제로 동력을 잃고 주춤하고 있다.

전 방위 사정확대로 촉발된 청와대와 야당의 극한대립과 청와대와 여당의 묘한 기류변화가 국정과제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4월 국회 처리를 기대했던 연금개혁은 “잘해야 올해 안에 처리될 것 같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박대통령의 27일 귀국길은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귀국하자마자 이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고 앞으로 1개월 이상 총리 없는 내각을 끌어가야 한다.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총리후보자가 인사 청문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낙마하고 정치인 출신인 이총리 마저 취임 2개월만인 최단명 총리로 사퇴하면서 박대통령의 지긋지긋한 인사 트라우마가 재연됐다.

이 모두가 잘못된 인사가 빚은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잇단 인사 트라우마로 인해 박근혜 체제는 정당성의 위기, 편협 인사의 위기, 신뢰의 위기, 갈등양산의 위기, 지지기반 이상의 위기 등 5중고를 한꺼번에 맞을 위기에 처해있다.

박대통령은 귀국 즉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부터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난국을 극복할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게 순서다. 뒤늦게나마 통치 스타일의 일대개선을 꾀해야 한다.

그 첫 번째 대안은 새 국무총리를 지금과는 확연히 다르게 인선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거명되고 있는 측근 인사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으로 추호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척결의지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