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원자력협정 4년6개월 협상 끝… 42년만에 전면개정
한미원자력협정 4년6개월 협상 끝… 42년만에 전면개정
  • 박재연 기자
  • 승인 2015.04.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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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공급·사용후 핵연료 관리·원전수출 협력 확대
원전 연구개발 자율성 확대…'이행협력' 고위급委 설치
▲ 한미원자력협정이 4년 6개월여간의 협상 끝에 타결,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 협력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협정에 가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정부는 22일 우라늄 저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을 통한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재처리) 가능성을 연 원자력협정을 4년6개월여에 걸친 협상 끝에 타결했다.

이에따라 동안 미국의 사전동의 규정 등에 따라 완전히 묶여 있던 우라늄 저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을 통한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재처리) 가능성의 문이 열렸다.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과정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당장 길을 튼 것은 아니지만 미래 활용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신협정은 4년6개월여간의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1973년 발효된 현행협정은 42년만에 새옷으로 갈아입게 됐다.

특히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사용후 핵연료 관리, 원전수출 등 3대 중점 추진분야와 원자력 연구개발 자율성 등의 측면에서 재건축 수준으로 전면 개정됐다.

신협정은 총 40여쪽 분량으로, 한미간 원자력협력의 틀과 원칙을 규정한 전문과 21개 조항의 본문, 협정의 구체적 이행과 한미 고위급위원회 설치에 관한 각각의 합의의사록 등으로 구성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핵연료(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가 포함되지 않았다.

기존 협정에는 농축에 관련한 구체적 명시는 없었지만 특수핵물질을 재처리하거나 연료성분의 형태나 내용을 변형할 경우 미측으로부터 건건이 또는 5년마다 사전동의를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 연구·개발에 사실상 족쇄로 작용해왔다는 평가와 함께 미측의 일방적 통제방식에 따라 불평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골드 스탠더드'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음으로써 상대적으로 우리 측의 자율적 활용 가능성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이와함께 한미 양국은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기술에 대해서 한미 양국이 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협의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 경로를 협정에 규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과거의 일방적 의존과 통제 체제에서 벗어나 현재 당면한 여러가지 제약을 풀면서 미래의 가능성을 연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협정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개정 협정 전문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으로서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 권리"와 함께 양국간 원자력 협력에 있어 주권 침해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됐다.

또 농축, 재처리 등을 포함한 제반 원자력 활동에 있어 상대방의 원자력 프로그램을 존중하고 부당한 방해나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무규정도 포함됐다.

한미 양국은 또 양국의 원자력협력 방안 이행을 위해 차관급 상설 협의체를 만들어 추진사항을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간 전략적 원자력 협력을 위한 고위급위원회인 이 협의체에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과 함께 핵안보 분야까지 4대 실무그룹을 산하에 두고 한미 원자력협력 전반을 상시적으로 다루게 된다.

원전 수출증진 차원에서 한미 양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제3국에 대해서는 우리 원자력 수출업계가 미측의 동의를 받을 필요없이 미국산 핵물질이나 원자력 장비, 물품 등을 자유롭게 재이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협정은 양국의 가서명에 이은 1~2개월후 정식서명, 미 의회의 비준과 우리 국회에 대한 보고 등 국내절차를 거쳐 기존 협정의 유효기간인 내년 3월 이전에 발효될 전망이다.

기존 41년이었던 협정의 유효기간도 원전환경의 급속한 변경 가능성 등을 감안해 20년으로 대폭 단축했다. 다만, 협정 만료 2년 전에 어느 한 쪽이 연장거부를 통보하지 않으면 1회에 한해 5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개정을 통해 우리 원전에서 사용된 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해 나갈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신아일보] 박재연 기자 jy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