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대기업 광고대행사 7곳에 과징금 33억
'갑질' 대기업 광고대행사 7곳에 과징금 33억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5.04.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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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안 쓰는 '구두 계약' 횡행… 공정위, 표준하도급계약서 손질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 7곳이 하도급 업체에 갑질을 일삼다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 7개 광고대행사에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제재 대상은 제일기획(12억1500만원)·이노션(6억4500만원)·대흥기획(6억1700만원)·SK플래닛(5억9900만원)·한컴(2억3700만원)·HS애드(2500만원)·오리콤(400만원) 등이다.

조사 결과 대기업 광고대행사들은 계약서 교부, 대금 지급 등 하도급법상 원청 사업자의 기본적인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계약서는 수급사업자가 광고제작을 시작하기 전에 교부해야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모두 하도급계약서를 미교부하거나 지연교부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김충모 공정위 건설용역하도급개선과장은 "광고대행사들은 광고주가 광고내용과 대금을 확정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행처럼 수급사업자에게 계약서면 없이 구두로 작업을 지시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홍기획의 경우 용역수행이 완료된 이후 1년 가까이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고, 이노션은 서면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광고제작이 끝난 후 미리 뽑아놓은 견적보다 적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발급했다.

광고대행사들은 광고주가 광고 내용과 대금을 확정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관행적으로 서면 계약서 없이 구두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도급업체들이 계약서를 통해 법적으로 권리를 보호받기 어려운 구조다.

하도급 대금이나 선급금을 줘야 하는 날짜(법정지급기일)보다 늦게 주고, 이에 따른 이자를 주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제일기획의 경우 185개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지연지급에 따른 이자 3억719만원을 미지급했고, 대금지급은 법정지급기일보다 최대 483일 늦었다. SK플래닛은 지연이자 1억9155만원을 수급사업자에게 주지 않았다.

하도급 업체가 제작·편집 등을 완료한 광고가 방송을 탄 이후 세금계산서가 발급된 사례도 적발됐다. 준공을 마친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되고 나서야 건설회사가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김 과장은 "광고업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에 처음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공정거래 질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이번 심결례를 반영해 '광고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