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시론] 이상적인 지도자가 그리워지는 때다
[신아시론] 이상적인 지도자가 그리워지는 때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4.19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종국 원로 서예가·전 대전시의장

 
노자(老子)는 이상적인 지도자를 가리켜 ‘맛에 깊이가 있고, 그 깊이가 한량없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론 얼음이 깔린 강을 건너듯이 신중하고, 사방의 적에 대비하고 있듯이 조심스럽고, 남의 집에 손님으로 초대되어 간 것처럼 항상 단정하고, 얼음이 녹아 가듯이 구애됨이 없고, 손보지 않은 원목(原木)처럼 꾸밈이 없고, 탁한 물처럼 포용력이 있고, 대자연의 골짜기처럼 광활해야 한다고 일곱 가지를 들었다.

한마디로 겉으론 뚝배기의 된장 맛처럼 텁텁하고 대범하고 소박한 듯이 보이나 그러면서도 전혀 빈틈이 없는 인물을 말했다.

이런 인물은 대체로 아는 체 하지 않고 일도 하는지 안 하는지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지만 어떻든 사람들에게 믿음직하게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인물을 요새 바라기는 매우 어렵다.

성급한 사람들은 당장에 눈에 보이는 업적을 바란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무능으로 몰리기가 십중팔구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기변명을 일체 하지 않을 만큼 통이 큰 사람을 바라기는 어렵다.

관자(管子)는 노자보다 더 구체적으로 평가기준을 들었다. 곧 지도자가 자리에 오를 만큼 인격이 뛰어난가. 명예를 누릴만한 실적을 쌓았는가.

일을 맡기에 어울릴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의 세 가지를 들었다. 이것 역시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이보다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오자(吳子)는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곧 지도자의 요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위(威)와 덕(德), 그리고 인(仁)과 용(勇)의 넷이다.

위엄이랄까 인품이 뛰어나서 그 사람이 윗자리에 앉으면 사람들이 자연 그의 의견을 경청(敬聽)하게 되고, 조직을 은연중에 위압할 수 있는 게 위(威)다.

지도자는 또 인품이 겸허하고 너그럽고, 믿음직한 데가 있어 밑의 사람들이 모두 ‘저분을 위해서라면’하는 마음을 갖고 따르게 만드는 게 바로 덕(德)이다. 인(仁)이란 부하나 국민의 고초를 미리 헤아리고, 항상 국민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의 용(勇)은 단순한 용기가 아니다. 결단력을 뜻한다. 특히나 현대의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유부단하지 않고 결단해야 할 때 단호하게 올바른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용(勇)은 태공망(太公望)도 지도자의 조건 다섯 가지 중의 하나로 꼽았다. 그가 덧붙인 것은 지(智)였다.

아무리 결단력이 있어도 그릇된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 큰일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말하지만 태공망(太公望)은 또 이런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면서 조건을 열 가지나 들었다.

그 중에서 다른 사람들이 말하지 않은 것은 너무 자기의 청렴결백을 내세우는 편협한 인물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너무 자신에 넘쳐 남에게 일을 맡기지 않으려 하거나 반대로 자신이 없어 모든 걸 아랫사람들에게 맡겨버리는 인물이다.

이밖에도 옛 중국 사람들이 지도자의 조건으로 내세운 것들은 많다.

주자(朱子)도 근사록(近思錄)에서 장황하게 9가지 조건을 들고 있다.

이런 조건을 그 절반만이라도 갖춘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성완종 파일까지 터져 나온 마당에 빙산에 일각으로 오늘의 우리사회에서 찾는다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종국 원로 서예가·전 대전시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