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역없는 수사, 대통령 결단에 달렸다
[사설] 성역없는 수사, 대통령 결단에 달렸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4.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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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사정’에 ‘표적리스트’가 맞붙은 꼴
읍참마속 각오로 검찰수사권 보장해야

‘성완종 리스트’라는 대형 폭발물이 터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을 겨냥하던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함께 부메랑이 돼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경향신문 인터뷰와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성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세상 사람들은 성 전 회장이 목숨과 바꾼 리스트에 상당한 진실이 담겨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쪽지에 이름이 오른 여덟인사와 박근혜 정권은 부인을 넘어 무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잘못이 없음을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상당히 오래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사건의 성격상 앞으로도 추가적인 관련자료가 터져 나올 수 있고 신문인터뷰 내용도 극히 일부만 공개된 상황이다.

또 유족이나 회사에서 어떤 자료를 갖고 있는지도 아직 모른다.

정권이나 검찰이 어설프게 이 사건을 유야무야 하려고 하거나 대충 덮고 가려고 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내 ‘리스트 파문’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리스트에 거명된 사람들은 대부분 박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현 정권 중심인물들이다.

특히 2007년 대선후보 경선과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떠받친 인사들이어서 리스트 파장이 대선자금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새누리당, 정부요직을 나눠가진 권력의 실세들로 하나같이‘검은돈 의혹’에 휩싸여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당대의 실세들이 집권 3년차에 한꺼번에 줄줄이 수사를 받는 것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신문 인터뷰와 메모지 등을 통해 정권의 최고 실세들이 거액을 받은 정황들이 드러났음에도 ‘공소시효’‘증거능력’ 등을 내세워 소극적 태도를 보이던 검찰이 갑작스레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정부나 검찰로서도 더 이상 국민적 의혹과 진상규명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검찰이 수사를 자임하고 나선데 대해 국민들은 기대와 함께 걱정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정치적으로 예민한 수사에 대한 과거 검찰의 모습을 보면 그다지 미덥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마저 “철저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검찰이 스스로 알아서 성역없는 수사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사를 받게 될 사람들은 모두 ‘살아있는 권력’이다.

김기춘 전 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검찰인맥의 대부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김 전 실장이 인사위원장으로 있을 때 천거된 사람이다. 이완구 총리는 법무부장관의 직속상관이고 이병기 실장은 현 인사위원장이다.

검찰이 과연 ‘살아있는 권력의 심장부’를 겨냥해 제대로 대선자금 의혹을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수사의 보고라인에 이들 실세나 이들이 발탁한 사람들이 버티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불리한 내용을 제대로 보고할 수 있겠는가.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는 이완구 국무총리 등 고위 공직자가 직무를 내려 놓고 수사를 받아야한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일 검찰수사가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확인불가’로 나올 경우 국민의 불신을 키워 정권은 더욱 나락으로 내몰리고 검찰은 ‘권력의 시녀’란 딱지를 떼지 못할 것이다.

검찰수사가 시원치 않으면 그 다음 수순은 특검도입으로 이어질 것이고 정국은 끝없는 소모전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결국 ‘성완종 리스트’가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도록 방치하면 박근혜 정부의 최대 과제인 공무원 연금 개혁이나 창조경제도 동력을 잃게 될게 뻔하다.

박근혜 정부는 까딱하다가는 아무일도 하지 못한 채 ‘가장 무능한 정부’라는 불명예를 떠 안을 수도 있다.
이번 ‘성완종 파문’의 두 축은 ‘표적사건’과 맞선 ‘표적 리스트’다.

지금으로선 리스트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최우선이다. 결국 검찰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찾아낼 수 있느냐의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다.

성완종 리스트는 대상 인물들이 대부분 박대통령의 최측근들이고 대선 및 경선자금과 연관된 의혹이라는 점에서 대통령과 직결된 사안이다.

검찰이 청와대나 권력실세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특검처럼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직접나서 수사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읍참마속도 피해선 안 된다.

주변 인물들이 대부분 리스트에 연루돼 있는 만큼 그들로부터 조언을 구해서도 안 된다. 고독하지만 용기있는 대통령의 결단만이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