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항생제' 인증 축산물, 알고보니 약품 범벅
'무항생제' 인증 축산물, 알고보니 약품 범벅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5.03.30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사원 "인증농가, 도축전 일정기간만 약품 사용안해"

정부가 인증한 '무(無)항생제 축산물'이 표시된 것과 달리 각종 약품을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일부 인증농가는 일반 농가보다 한우 한 마리당 2배 가까운 약값을 쓴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6개 기관을 상대로 축산물 안전관리 실태 관련 감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감사결과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축산 농가들도 도축 전 일정기간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휴약 기간 규정을 제외하면 약품 사용 규정에 있어서 일반 농가와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관련 법규상 수의사로부터 처방전만 발급받으면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이나 '일반 동물용의약품'을 일반축산물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항생제 축산물이 안전하다는 이유로 정부를 믿고 비교적 높은 비용을 지불해 온 소비자들만 기만당해온 셈이다.

실제 2013년 무항생제 인증 농가가 사육하는 소와 돼지를 대상으로 잔류물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축산물 농가(0.14%)보다 낮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0.05%(19마리)에서 유해잔류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구·경북 소재의 한 한우농가의 경우 일반축산물 농가의 동물의약품 구입비용인 마리당 6989원에 비해 마리당 1만1325원의 약품 구입비를 지출해 2배 가까운 약값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무항생제 축산물이 일반 축산물과 유사한 정도로 약품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무항생제'를 표시제도로 그대로 운영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에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명이 실제와 부합되도록 용어를 변경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토록 했다. 무항생제 축산물 전환기간과 휴약기간을 어긴 농가들에 대해서는 인증을 취소하는 등의 제재조치를 취하라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통보했다.

이런 가운데 가축 사료를 대상으로 하는 잔류 농약 검사 품목도 국제 추세에 비해 훨씬 느슨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4월 농림부가 지정, 고시한 기준은 32개로,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정한 국제규격인 코덱스(Codex)의 99개에 비해 3분의 1이 안 됐고, 일본의 68개에 비해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축산물에서 유해성 잔류물질이 검출된 농가에 대해 추가로 규제검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해당 농가가 가축을 양도하는 식으로 편법을 쓸 경우 대책이 미비했다.

동물용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수의사 처방제도 당초 취지와 동떨어지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부가 정한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에는 페니실린 등 주요 항생제 8개 제품이 제외된 대신 뉴캐슬병 긴급방역용 백신이 포함되는 등 처방대상이 비합리적으로 선정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