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IB·사드 머뭇대다가 국가신뢰 무너졌다
[사설] AIIB·사드 머뭇대다가 국가신뢰 무너졌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3.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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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AIIB 미국 사드는 이미 예상된 명제
결정 실기로 정책 모호성만 오해 받는다

정부가 엊그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키로 결정했다. AIIB는 작년 7월, 시진평(習近平) 중국 국가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며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할 것을 공식 제안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후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며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미국은 기존의 세계은행과 아시아은행이 중국이 주도하는 AIIB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에도 불참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 한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주도의 세계경제 질서를 양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은근히 한국을 압박, 정부로서는 동맹인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이 간다.

공교롭게도 미국은 같은 시기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D 사드)를 동북아에 구축하는 방안을 구상, 밝혀지지않은 경로를 통해 우리정부에 참여를 요청했다. 미국의 이러한 구상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자기네 나라 인근이 시끄러워서는 안된다는 논리로 사드의 한국 배치를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더군다나 차관보 격인 중국외교부 류첸차오 부장조리는 지난 15일 방한, 국회 프레스센터 등을 휘집고 다니며 사드반대를 외쳤다. 그는 외교관이면서 외교상의 결례를 부릅쓰고 직설적인 반대표명을 했다. 한국을 자기네 속국으로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같이 중국이 사드를 외교적인 결례를 무릅쓰고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의 정책적인 모호성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안보적인 문제를 중국이 걸고 넘어지는 것은 국제적인 국가 관계에서 도를 넘은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권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고 눈치나 보기 때문에 미중 양국이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게 된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은 한국은 미국의 사드와 중국의 AIIB를 양손에 놓고 고민하는 격이 된 것이다. 신중모드가 지나치게 되면 유유부단하다는 비난밖에 들을수가 없다.

그나마 엊그제 우리정부가 AIIB 가입을 결정한 것은 다행이다. 국익을 앞세워 결정했다는 설명이 없어도 우리나름의 판단으로 가입을 결정한 것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것이다.

이미 영국 독일을 비롯하여 세계 30여개국이 AIIB에 가입했다. 이러한 상황을 견주어 볼 때 우리의 AIIB가입 결정은 늦은 감이 있다. 미국의 눈치를 본 결과이다.

이제 관심은 사드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천안함 피폭 5주년 추모행사에 참석, 한미동맹은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국가 방위역량을 더욱 확충하고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확고한 전쟁 억지력을 확보해 다시는 천안함 피격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마틴 뎀프시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방한, 최윤희 합참의장등 우리 군 수뇌부를 연쇄적으로 만나 회담을 하는 것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다음달 초에는 애슈턴 카터 신임 미 국방장관의 방한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양국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논의가 본격화되리라는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전략적 균형 정책에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결국 우리 정부는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사드를 설치하기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판이 이같이 짜여 질 것이라는 예상은 일찍부터 점쳐 왔다. 중국엔 AIIB, 미국엔 사드라는 답이 나와 있는 것을 가지고 우리정부가 너무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경제는 중국, 국가방위는 미국이라는 대원칙이 절대로 훼손돼서는 안 된다. 정책의 모호성으로 비쳐지면 국가의 신뢰에 먹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