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계은행과 中 주도 AIIB 협력 모색"
"미국, 세계은행과 中 주도 AIIB 협력 모색"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5.03.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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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호주·독일 등 동맹국 잇단 이탈에 부담
▲ 지난해 10월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모인 아시아 21개국 대표를 맞이하고 있다. ⓒ Xinhua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 참가국이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동맹국들의 참가를 막던 미국의 가입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 21개국이 서명해 출범이 확정된 AIIB 참가국은 불과 4개월 만에 30개국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 주도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에 협력을 제시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따라 중국이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AIIB가 미국이 주도해 왔던 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AIIB에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자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기구와의 협력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제안은 미국이 영국과 호주, 프랑스 등 동맹국들이 잇따라 중국 주도의 AIIB로 이탈한 데 따른 부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AIIB가 세계 주요 경제국들의 경제적 목표가 되거나 중국의 외교 정책 기구로 전락하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고 풀이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WB와 ADB 등 기존 개발은행을 활용해 AIIB가 내세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선 시츠 미국 재무부 국제경제담당 차관은 "미국은 국제적 금융 구조를 강화하는 새로운 다자 간 기구를 환영한다"며 "AIIB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기존 기관과 협력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베이징으로 세계 금융패권이 넘어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또한 미국 AIIB가 계획하는 수많은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미국 기업들의 사업 참여 기회를 늘리고자 하는 목표도 있다.

만약 중국이 최대 지분을 가지고 AIIB가 출범하게 되면 동남아와 서남아 저개발국에 철도, 공항 건설 등 아시아 지역에 자연스레 중국 입김이 세질 수 밖에 없다.

또한 AIIB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 기존 개발은행과 대결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AIIB 설립 초기에 참여하면서 AIIB상의 영향력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시츠 차관은 "AIIB가 기존 국제기구와 동일한 지배구조와 운영 기준을 채택하면 국제 금융시스템을 강화하고 주요 인프라 투자 부족분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프레드 버그스텐 명예소장은 "(AIIB의 투명성 등이) 기준에 부합한다면 이는 좋은 일이고 미국도 (가입을) 검토할 수 있다"며 "그러나 거기까지는 아직 몇 단계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 하이콴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현존하는 국제 금융기관도 협력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AIIB는 WB, ADB 등 국제기관과 상호 협력하고 보완해 아시아 인프라 건설의 투자와 금융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앞서 대변인을 통해 "AIIB와 협력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