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홍준표 '무상급식' 정면 충돌
문재인-홍준표 '무상급식' 정면 충돌
  • 이재포·박민언 기자
  • 승인 2015.03.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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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도의회 뒤에 숨지마라" VS "대안 갖고 왔어야"
날선 대화 속 싱거운 결론… 이견차만 확인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18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무상급식에 대해 논의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중단 논란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찾아 격론을 벌였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발길을 돌렸다.

문재인 대표는 18일 경남 최고위원회 개최차 경남 지역을 방문하면서 홍준표 지사에게 만남을 제안해 오전 11시 경남도청 도지사실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모든 아이들에게 급식을 주는 것은 의무교육의 하나로, 당연한 일이다. 의무급식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며 "어른들 정치 논리 탓에 경남 아이들만 급식에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과 해법을 논의하지도 않고서 그 돈을 다른 용도로 쓸 예정이라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서로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정말 힘든 계층 아이들의 급식은 정부에서 해결하고 있으니, 우리 예산은 서민 자녀들 공부에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 12월 5일 도의회에서 예산이 확정이 됐는데, 만나서 얘기하려면 그 전에 했어야 했다"며 "또 의무급식을 해야한다는 주장은 '급식은 의무교육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2012년 헌재 판례에도 어긋난다"고 난색을 표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18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경남의 학교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따른 격론을 벌인 뒤 도청을 나서며 다시 신경전을 벌이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두 사람의 논쟁은 감정적 대립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문 대표가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공격하자 홍 지사는 "북유럽의 사회보장체제는 사회주의식 사회보장체제"라고 반격했으며, 이에 문 대표는 "또 좌파 이야기를 하시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논쟁이 계속 이어지자 홍 지사는 "문 대표가 왔을 때 대안을 갖고 왔어야 했다"며 "이건 좌파, 우파의 문제가 아니고 논리의 문제다. 대안을 갖고 오셨어야지"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감정이 상한 듯 "도의회 뒤에 숨지 마시고, (도의회의 예산 결정이) 홍 지사가 드라이브 걸어서 그런 것을 천하가 다 알고 그 과정도 보도됐는데 '도의회 결정인데 어쩔 수 있냐'고 말하는걸 누가 (믿겠냐)"며 "예산 핑계 대지 말라"고 응수했다.

이들은 회담을 마치고 도청을 떠나면서도 설전을 계속했다.

문 대표가 "잘못된 길을 가신다"고 하자 홍 지사는 "나중에 판단할 일"이라고 답했고, 문 대표가 "소득이 (없다).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하자 홍 지사도 "저도 마찬가지"라고 받아쳤다.

문 대표는 앞서 김해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와 만나서도 "도지사 한 사람의 생각 때문에 급식 문제가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홍 지사도 어릴 때 수돗물로 배를 채울 정도로 어렵게 살아 누구보다 배고픈 서러움을 잘 알텐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회동 후 이어진 학부모들과 간담회에서도 문 대표는 "(무상급식 중단은)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재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초 무상급식 예산을 다 책정해 두고서도 감사 문제 때문에 비롯된 도와 교육청의 의견차이 때문"이라며 "도지사 한 사람의 소신 때문에 이렇게 흘러가고 있어 더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이재포·박민언 기자 jplee@shinailbo.co.kr, p4568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