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 '중립의지·정치성향' 쟁점
이병호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 '중립의지·정치성향' 쟁점
  • 이재포 기자
  • 승인 2015.03.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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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국가·안보관 확고" vs 野 "보수 정치색 강해"
▲ 이병호 국정원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보위원회는 16일 인사청문회를 열어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정치 중립 의지와 정치 성향, 국정원 개혁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국정원은 불미스러운 과거와 절연할 것"이라며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국정원을 망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언급, "일부 북한 추종 세력의 행태가 우리 사회를 폭력적으로 위협하는 상황마저 나타나고 있다"면서 "눈을 부릅뜨고 정세를 살피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국정원의 임무가 더욱 막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장에 임명되면 이 임무에 모든 업무의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면서 "이 초점을 벗어난 일탈적 업무를 일절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병호 국정원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야당은 이 후보자의 정치 중립에 대한 의지는 물론 국정원 개혁과 관련한 소신 및 방향을 꼼꼼히 따져 물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은 "군 출신들은 국정원장의 안보 의식이 뚜렷해 적절하다고 지적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안보관이 경직돼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또 "작은 도그마에 빠져 안보라는 차원으로 모든 걸 무마시키는 사고를 가진 사람이 국정원장이 되면 큰일 난다"면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 문제에 대한 이 후보자의 생각을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경직됐다는 것은 사고가 '도그마'에 빠진 것"이라며 "나는 그 도그마를 경계하는 사람이고, 스스로 그런 것에 자성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또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국가 안보를 흔드는 나쁜 일"이라며 "그것을 절대로 다시 반복하는 운영을 하지 않겠다"면서 "나는 역사적 범죄자가 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광진 의원은 이 후보자가 초빙 교수로 재직하던 울산대 강의 평가에서 일부 학생이 '보수 정치색이 강하다'는 취지의 평가를 한 점을 언급하며 "본인이 정치성이 강한 인사라고 판단하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내 개인적 소견은 그렇지 않다. 정치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다"면서 "안보를 강조해왔고, 그것은 정치적으로 이념 문제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김 의원은 또 이 후보자가 선거 캠프 행사에 참석한 것이 정치 관여라고 주장했지만, 이 후보자는 "경선 때 세미나형 포럼에 두 번 간 적이 있다"면서 "정치 개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전직 국정원장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원장 재임 중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직행한 점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 개입 혐의로 재판 중인 데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의 국가관과 안보관, 정치 중립 의지를 높이 평가하는 한편, 대(對)테러, 대북, 방첩 업무를 강화할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권성동 의원은 "후보자의 국가관, 안보관, 법치주의에 대한 견해 등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면서 "그동안의 기고문을 보면 믿음이 가고, 앞으로 국정원이 최고의 국가 안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확신을 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또 "국정원 직원들이 국내 파트보다 대북·대테러·방첩 이런 곳에서 근무하는 게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민식 의원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뿐 아니라 웬만한 나라까지 문명국가라면 '휴대전화' 감청 안 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다"면서 "합법적 감청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세계 최고 IT 강국이라면서 북한보다 해킹과 사이버 문제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 제대로 하려면 감청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야당 정보위원들을 찾아가 휴대전화 감청법 통과에 협조하라고 설득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절절한 말씀에 동감한다"면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이 후보자 세 아들과 며느리, 손자·녀 등 12명 가운데 7명이 미국 시민권자(4명) 또는 영주권자(3명)라고 지적하면서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과거 언론 기고문에서 용산 참사를 '폭동'에 비유한 데 대해 "어휘가 사려 깊지 못했고 부적절했고, 그 용어 때문에 상처받으신 분이 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자성한다"고 사과했다.

5·16 쿠데타(군사정변)에 대해서는  "그때 우리가 굉장히 북한보다 어렵지 않았느냐"며 "역사적 사건을 국가 안보에 기여했느냐 안 했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5·16은 국가 안보를 강화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 등은 국정원이 수사 내용을 과장해 언론에 흘린 것이라는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주장에 대해 "원장이 되면 (진위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 방안과 관련해서는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바른 운영"이라며 "'쾌도난마' 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고 평가했고,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정치 개입에 무리하게 휩싸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신아일보] 이재포 기자 jp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