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로비스트' 이규태 오늘 영장… 일광 계열사 임원 체포
'거물 로비스트' 이규태 오늘 영장… 일광 계열사 임원 체포
  • 박재연 기자
  • 승인 2015.03.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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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EWTS 납품대금 '뻥튀기'…500억 상당 가로챈 혐의
▲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거물급 로비스트'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합수단은 12일 오전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 과정에서 이 회장과 공모해 대금을 부풀린 혐의로 일광 계열사 임원 조모(49)씨를 체포했다.

일광 계열사인 솔브레인의 이사로 재직 중인 조 씨는 일광공영 측이 2009년 터키하벨산사와 방위사업청 사이에서 공군 전자전 장비 도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과 함께 사업비를 부풀린 대금을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전날 체포한 이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해 12일 밤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합수단은 이 회장이 애초 5100만 달러 규모인 사업비를 9600만 달러로 부풀려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4600만 달러를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SK C&C에서 상무로 재직하던 예비역 준장 권모씨도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사업비를 부풀리는데 공모한 혐의로 이 회장과 함께 전날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SK C&C는 하벨산사에서 EWTS 하청을 받아 일진하이테크, 솔브레인 등 일광 계열사에 재하청을 줬다.

합수단은 일광공영의 대표로 등재된 이 회장의 장남(40)과 일광공영 계열사 일진하이테크의 대표로 있는 차남(33)도 불러 EWTS 사업을 재하청 받은 과정을 조사할 방침이다.

일광공영은 터키 하벨산사로부터 방위사업청이 EWTS 장비를 구매하는 과정에 중개를 맡았으며 일진하이테크는 EWTS 장비에 구축될 전산시스템의 핵심 기술을 제공한 협력업체다.

합수단은 조만간 공군 및 방사청 관계자들을 불러 EWTS 장비의 부실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 회장이 EWTS 사업비를 부풀려 이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실제 장비 구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군 전력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합수단은 이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대로 대금 부풀리기를 통해 빼돌린 자금의 용처도 추적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가로챈 돈으로 공군이나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합수단은 전날 이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뿐만 아니라 이 회장이 기부·헌금 등을 한 D교회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는 지난 2001년 지어졌으며 이 회장이 건축과정에서 상당한 금액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일광공영이 이 교회와 금전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이 회장이 기부·헌금 등의 형태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30년 넘게 무기중개업을 하면서 '1세대 무기중개상'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러시아제 무기를 도입하는 '불곰사업' 과정에서 배임·횡령 혐의가 드러나 2009년 한차례 구속된 바 있다.
 

[신아일보] 박재연 기자 jy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