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 '노화시계' 앞당긴다
수면무호흡, '노화시계' 앞당긴다
  • 문인호 기자
  • 승인 2015.03.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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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안산병원, 성인 381명 텔로미어 길이 분석결과

▲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인간 유전체 연구소 신철 교수(오른쪽)
잠을 자는 동안 자주 깨는 ‘분절수면’과 같이 불안정한 수면 상태의 가장 큰 원인인 수면무호흡이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이 한 시간에 5회 이상 발생하는 질환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인간 유전체 연구소 신철 교수, 권유미 박사팀은 국내 45~72세 사이의 성인 남녀 381명(남자 138명, 여자 243명)을 대상으로 혈액에서 추출한 텔로미어의 길이와 수면 중 발생하는 호흡 및 심박의 관계를 분석해 수면과 텔로미어와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고 11일 밝혔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염색체의 양끝 부분으로, 과학자들은 흔히 일종의 '생체 타이머'에 비유한다.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면서 마디가 잘려 나가고 마지막 마디마저 잘리면 이 세포는 죽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포가 죽는다는 것은 생체가 노화함을 의미하는 셈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불안정한 수면상태를 자주 보이는 사람의 텔로미어 길이가 정상적인 수면상태인 사람의 텔로미어 길이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수면상태를 나타내는 주기적 호흡 및 분절 수면이 빈번한 경우 수면의 안정도가 떨어져 불안정을 초래하고, 이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아지게 할 수 있는 유의적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수면무호흡이 1시간에 15회 이상 나타나는 중증도 수면무호흡이 동반되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일반인보다 2~2.5배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때는 체내의 산소가 부족해져 유해산소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염증반응을 일으켜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수면무호흡증을 비롯한 불안정한 수면은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아지게 하여 노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등의 수면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조기에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보통, 수면 장애는 본인 스스로 그 여부를 인지하고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지인 등을 통해 그 수면 장애 이력이 의심되거나 관찰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연구에 참여한 각 대상자들을 혈액에서 추출한 텔로미어를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측정된 무호흡-저호흡 지수(apnea-hypopnea index, AHI)를 정상, 경증도, 중증도 수면무호흡 세 가지로 구분해 수면 중에 일어나는 숨, 호흡과 심장 박동수간의 동적 관계를 이용한 수면 분석 방법을 통해 대상자별로 형성된 스펙트로그램(spectrogram)과 대조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번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수면과 호흡(Sleep and Breathing)’ 1월호에 게재됐다.

[신아일보] 안산/문인호 기자 mih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