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세계 금리인하에 한은 '고심'
이어지는 세계 금리인하에 한은 '고심'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5.03.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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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우려에 힘얻는 금리 인하론…수출경쟁력 약화 우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주요국들의 통화완화 물결과 함께 추가 금리 인하를 둘러싼 고민이 커지고 있다.

8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렵연합(EU), 중국 등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절반이 양적완화,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조치를 시행했다.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등 18개국은 정책금리를 내렸다.

올해 들어서만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나라들이 통화완화를 단행한 셈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 양적완화 결정을 전후로 유럽에 퍼진 통화완화 물결은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까지 확산됐다.

ECB를 시작으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폴란드,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호주, 터키, 캐나다도 모두 금리를 낮췄다.

인도 중앙은행은 올해 1월에 예정에 없던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금리를 내린 이후 지난 4일엔 별도 성명 발표를 통한 '기습 인하'를 단행하는데 이르렀다.

중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11월 금리를 인하한 지 3개월여 만인 최근에 전격적인 추가 인하 조치를 내놨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각국이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하자 한국도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주요국들이 자국 경기 둔화를 막으려고 앞다퉈 통화가치 절하에 나서면 원화만 '나홀로 강세'를 보일 수 있고, 이로 인해 수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좀 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통화전쟁' 또는 '환율전쟁'은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최근 통화 완화에 나선 국가들은 직접적으로 환율을 정책 목표로 삼기보다는 디플레이션, 저성장 우려를 타개하기 위해 자국 경제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

이 총재는 지난달 17일 금리 동결 결정 이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많은 나라가 통화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맞다"면서도 "경기 회복세를 좀 더 높이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이 통화 완화 대열에 동참한 나라들 못지않게 연초부터 수출·투자·생산·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쳐 3개월째 0%대에 머물렀다.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사상 첫 마이너스(-0.06%) 물가다.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줄어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어서 이 총재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이르면 6월 금리를 인상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이 반대 방향으로 달리면 자본 유출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11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 가계 소비 여력을 제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계에서는 3월 금통위 소수 의견을 거쳐 4월 경제전망을 수정해 금리를 낮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달 금통위는 오는 12일 열린다.

[신아일보] 전민준 기자 mj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