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가상승률, 41년만에 일본보다 낮아
한국 물가상승률, 41년만에 일본보다 낮아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5.03.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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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둔화 추세 90년대 일본과 유사
G7·OECD 평균치에도 미달

경기 침체와 물가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보다 낮았다.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의미로 올해에도 한일간 물가상승률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경기회복 기대감에 들떠있는 일본과는 대조적으로 비춰지면서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일본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1.3%, 2.7%로 한국이 일본보다 1.4%포인트 낮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일본에 못 미친 것은 오일쇼크가 불어닥친 1973년 이래 41년 만에 처음이다.

오일쇼크 당시 한국과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3.2%와 11.6%였다.

공업이 발달한 일본은 석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맞았지만 한국은 공업화가 덜 돼 타격이 적었던 탓이다.

이후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2013년까지 40년간 단 한 번도 일본보다 낮았던 적이 없다.

특히 최근 한국의 물가상승률 하락세는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1990년대 일본과 유사할 뿐만 아니라 일본보다 오히려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1992년과 1993년에 걸쳐 2년 연속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기록한 뒤 1994년 0%대로 떨어지고 1995년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한국은 2013년과 2014년에는 1%대 초반에 머물렀고 최근 3개월 간 연속 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주요 7개국(G7) 평균치에도 못 미쳤다. G7의 지난해 평균 물가상승률은 1.6%로 한국보다 0.3%포인트 높다. G7 평균보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것은 8년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일본(2.7%), 캐나다(1.9%), 미국(1.6%), 영국(1.5%) 등 4개국은 한국보다 높고, 독일(0.9%), 프랑스(0.9%), 이탈리아(0.2%) 3개국은 낮았다.

OECD 34개국 평균도 1.7%로 한국보다 높았다. 지난해 연말부터는 월별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물가는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마이너스다.

삼성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 등 일부 국내외 금융사는 이런 추세가 1년 내내 이어져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