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통역사 전문화 방안 고려할 필요”
“의료 통역사 전문화 방안 고려할 필요”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5.03.03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즈벡 대통령 통역 김나제스다, 한국서 박사 학위
▲ 의료관광 실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나제스다씨.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한국어 전담 통역사로 활동 중인 동포 김나제스다(44·여)씨가 국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해 눈길을 끈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식에서 의료 관광 통역 문제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모를 썼다.

김씨는 우리나라 치료차 들어온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어권 환자들이 통역사를 매개로 의료진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를 분석했다.

러시아권 환자가 많이 방문하는 병원에서 환자 59명의 진료 상황을 녹음한 내용을 기초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 논문은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한국 의료관광의 실태를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의료 통역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김씨는 국가가 의료 현장에서 활동하는 통역가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법적으로 아무런 자격 규정이 없다 보니 전문 통역 훈련을 받은 사람부터 그렇지 않은 사람까지 통역 수준의 편차가 크다”며 “의료 통역사 자격증 도입 등을 통해 의료 통역사를 전문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김씨는 우리나라가 러시아어권 환자 유치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2013년을 기준으로 러시아어권 환자 수는 중국, 미국, 러시아에 이어 3위였지만, 1인당 치료비와 입원비에서는 러시아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러시아어권 환자들이 성형수술 등 미용 목적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암, 심장병 등 중증 질환 치료를 위해 한국에 오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씨가 낯선 의료 관광 문제를 다룬 논문을 쓴 것은 그의 이력과 무관치 않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자란 김씨는 타슈켄트대학 의대를 졸업하고 모교 대학병원에서 소아과 전문의로 일했다.

이런 그가 한국과 다시 인연을 맺은 것은 현지에서 대기업 주재원으로 일하던 남편을 만나면서다.

“환자를 보고 있는데 원장님이 정형외과에 ‘한국인 친구’가 환자로 왔다면서 통역을 도와 주라고 했죠. 그 환자가 남편이었죠. 나중에 ‘차나 한잔하자’며 병원으로 전화해 왔더라고요.”

이후 김씨는 가끔 남편 회사의 업무와 관련한 통역을 도왔다. 그 과정에서 거꾸로 상대편이던 우즈베키스탄 정부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전담 한국어 통역까지 됐다.

지난 1999년부터 한국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거나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한국을 찾을 때면 그는 양국을 오가며 통역을 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4명의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난 특이한 경험을 한 셈이다.

김씨는 2000년에는 남편을 따라 국내에 들어와 정착했다. 당시 네 살이던 아이가 장차 어디에서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전문의로서의 자격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우즈베키스탄댁’으로 새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 생활 15년째인 김씨는 우리나라의 ‘다문화 정책’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형편이 천차만별인 다문화 가족을 모두 도움을 줘야 하는 취약계층처럼 인식하게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