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진드기 사람간 감염 국내 첫 확인… 치사율 40% 넘어
야생진드기 사람간 감염 국내 첫 확인… 치사율 40% 넘어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5.02.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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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숨진 SFTS환자 치료하던 의료진 4명 감염 증상

▲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FTS)을 옮기는 작은소참진드기. 왼쪽부터 성충, 흡혈상태, (사진 아래)암컷, 수컷, 약충, 유충 (단위 1mm) (사진=사진질병관리본부)
201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해 40%가 넘는 사망률 '살인진드기 바이러스' 공포를 불러왔던 중증열혈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 환자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감염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5일 보건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야생진드기가 옮기는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돌보던 대학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 바이러스에 2차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치료 후 완치 판결을 받았지만, 그중 1명은 고열과 혈소판 감소 등 중증 증상으로 1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9월3일 서울의 S 종합병원 응급실에 한 여성(당시 68세)이 위독한 채로 실려왔다. 이 여성은 패혈증이 의심돼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중 의식이 떨어지고 상태가 악화하자 이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환자는 응급실로 온 지 하루만인 2014년 9월4일 새벽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져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거듭했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사망 14일후인 지난해 9월18일에 나온 이 환자에 대한 혈청 분석결과, SFTS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숨진 환자와 접촉했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일부도 발열과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여 혈청검사를 한 결과, 4명이 SFTS 바이러스에 2차 감염된 것으로 확진됐다.

해당 병원측은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신체분비물에 의해 2차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의료진들은 사망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왔을 당시 SFTS와 증상이 비슷한 '쯔쯔가무시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2차 감염에 대한 주의없이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SFTS은 국내 전역에 서식하는 야생진드기의 일종인 작은소참진드기에 기생하는 SFTS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는 법정전염병(4군)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주 잠복기를 거쳐 열과 근육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병원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치료될 수 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설사를 하거나 근육통이 심해지고 의식이 떨어지는 뇌 증상을 보이다가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201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SFTS는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한때 '살인진드기' 질병으로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한 해 동안 SFTS 확진을 받은 36명 중 17명(47.2%)이 숨졌다. 지난해에는 8월 말까지 SFTS 확진 환자 24명 중 10명(41.7%)이 숨졌다.

2014년은 아직 통계작업이 끝나지 않았으나 2013년보다 확진 환자가 10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건당국은 밝혔다.

SFTS 바이러스의 사람간 감염은 이번 경우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것이지만, 세계적으로는 2012~2013년 사이 중국에서 2차 감염이 보고된 적이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일어나는 바이러스였다면 사람들을 통해 크게 확산됐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일반인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료진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오규정 기자 ok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