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파수꾼… 옳은 목소리 내겠다”
“자본주의 파수꾼… 옳은 목소리 내겠다”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5.02.2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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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인회계사회 이총희 대표
 

“누군가를 칼로 찌르면 찔린 사람만 죽지만, 주가 조작이나 분식 회계 같은 경제 범죄를 저지르면 수천 명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올해로 출범 3주년을 맞은 청년공인회계사회의 이총희 대표(30)는 23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소속 8년차 회계사인 이씨는 청년회계사회를 이끌고 있다.

이씨가 청년회계사회를 시작한 이유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 때문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총희 대표는 회계사가 되면 자본주의의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법은 비슷하지만, 국내 기업은 법을 지키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회계 감사를 또 다른 규제로 본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재무제표 대리 작성이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회계기준(IFRS)을 잘 모른다’며 기업이 감사인에게 재무제표 작성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일감을 받는 감사인 입장에서는 기업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던 중 2012년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지고 감사인이 법정에서 실형 선고받은 사건을 계기로 청년회계사회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씨는 “당시 판결문을 구해서 읽어보니 담당 회계사가 잘못하기도 했지만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 수임제로 경쟁이 치열해져 ‘내년에 감사를 못해 굶어 죽든, 감옥에 가든’ 선택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구조적 개선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 즈음 온라인 카페에서만 활동하던 회원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시작했고, ‘감사인 지정제 확대’ 입법 제안서를 만들어 국회의원실로 보냈다.

이후 의원실 초청으로 국회 공청회에 참가하는 등 청년회계사회의 활동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수십 명에 불과하던 온라인 카페 회원은 어느새 850여 명으로 불었다.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회계사가 대부분이다.

업계에는 알려질 만큼 알려진 청년회계사회의 올해 목표는 외부와의 ‘소통’이다. 저술, 강연 등을 통해 어렵고 따분하게만 느껴지는 회계를 대중들에게 쉽게 알려주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씨는 “회계 감사는 자본시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산출해 낸다”며 “정보가 곧 돈인 사회에서 소수의 정보 독점은 필연적으로 불평등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5000만명 개개인이 1000원의 손해를 본다면 작은 금액이라며 그냥 넘어가지만, 한 사람이 개개인의 1000원을 가로챈다면 무려 500억원”이라며 “자본주의의 파수꾼으로서 다수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선명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