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할아버지 ‘빛나는 초등교 졸업장’ 품다
86세 할아버지 ‘빛나는 초등교 졸업장’ 품다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5.02.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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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초교 졸업 정대성씨… 한자 지도자 과정 도전
 

“뇌가 매일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감사해서 눈물만 나오네요.”

성인대상 4년제 학력인정 학교인 양원초교를 올해 졸업하는 정대성 할아버지(86·사진)는 입학 전까지 여든 평생 배움의 꿈을 한처럼 지니고 살았다.

정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막바지 시절인 1945년 7월 열여섯 살의 나이에 강제징용됐다.

다행히 징용된 지 25일 만에 해방을 맞았지만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겨우 행복한 삶을 되찾나 싶었지만 5년 만에 6·25 전쟁이 발발했다. 스물한 살이었던 정 할아버지는 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극적으로 다시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해 4남매를 낳은 뒤로는 가장의 무게를 감당해내느라 끊긴 학업을 이을 겨를이 없었다.

정 할아버지는 자신처럼 못 배운 한이 없도록 자녀를 전부 학교에 보내느라 안 해본 일이 없다.

전쟁통에 약해진 몸에도 공사판을 뛰고 온갖 장사를 했다. 암울했던 시절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해 ‘문맹’이었지만 가장의 책임을 다했다.

자녀가 모두 장성해 가정을 꾸려 이제 부모의 손이 필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자 정 할아버지는 가슴 속 깊이 넣어둔 배움의 꿈을 다시 펼쳐들었다.

아내의 손을 붙잡고 지난 2011년 양원초등학교에 함께 입학한 정 할아버지는 4년 내내 결석 한 번 한 적이 없다. 특히 한자 공부에 푹 빠져 한자 특2급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한자지도자 과정에 도전하고 있다.

정 할아버지는 22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면서 “4년간 매일 등교하는 행복감이 너무도 컸다”고 말했다.

또 “좋은 선생님과 급우들이 있었기에 졸업이 가능했고 난생처음 1박2일 수학여행도 다녀왔다”면서 “학교는 제2의 고향”이라고 웃어 보였다.

아내가 지난해 9월 등굣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이번에 함께 졸업하지 못하게 된 것은 못내 안타까운 일이다.

정 할아버지는 “아내가 최근 퇴원하긴 했지만 아직 더 쉬어야 해 졸업식도 오지 못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으로 공부를 더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물론이지”라고 힘주어 답했다. 이미 중학교 입학원서도 넣어놨다.

정 할아버지는 “나이가 이렇게 많아도 아직 건강하다”면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는 24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양원초교·양원주부학교 졸업식에서는 정 할아버지를 비롯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배움의 꿈을 이룬 동문 744명이 뜻깊은 졸업장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