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畵商에 대한 부정적 인식 허물겠다”
“畵商에 대한 부정적 인식 허물겠다”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5.02.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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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화랑협회장 박우홍씨… 부친도 2대·6대 회장 지내
 

“1970년대 후반 아버지와 친구 분들이 열악한 조건에서도 협회를 꾸리는 모습을 봤던 터라 어깨가 더욱 무겁습니다.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여 화상(畵商)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습니다.”

동산방화랑 대표인 박우홍(63) 씨가 지난 12일 한국화랑협회 새 회장으로 추대됐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한국화 전문 화랑을 2대째 운영하는 그는 이번에 화랑협회장도 40여 년 만에 이어받게 됐다.

그의 부친은 1976년 12월 화랑협회 창립총회를 함께하고 2년 뒤 2대 회장과 1987년 6대 회장으로 선출된 박주환 씨다.

박 신임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대학 시절 심부름을 하며 화랑에 발을 들여놓았다”며 “협회가 창립된 뒤 몇 년간은 당시 화랑협회장이 운영하는 화랑에 협회 사무실을 차리고 업무를 보는 등 어려움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돌아봤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미술시장 발전을 위한 의견 수렴과 결집, 이를 통한 친목이며 그다음에 고려해야 할 것이 회원들의 권익이라고 답했다.

“아무리 미술시장이 힘들다고 해도 화랑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과는 온도 차가 있습니다. 서미갤러리 사건으로 화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습니다. 이런 곳은 한두 곳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인식이 악화한 것은 실은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벌 비리 수사 당시 미술품 구입과 관련해 등장했던 서미갤러리 얘기를 꺼낸 것이다.

그는 “저 자신도 화랑을 운영한다고 얘기하면 상대방으로부터 그런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며 “그때 정말이지 비애를 느꼈다”고 했다.

이어 “제작비도 조달하지 못하는 작가들이 엄청난 상황에서 미술계 의견을 결집,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일부 회원이 제기하고 있다”며 “협회가 이런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방법과 방향성을 공론화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임 회장은 “형은 형다워야 한다”며 규모 있는 화랑들의 ‘큰 형 역할론’도 폈다.

그는 “미술품 경매시장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투자 열기가 과열되고 화랑이 해야 할 일차적 시장 기능과 충돌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대 후반 여러 화랑은 대형화랑이 경매회사 대주주로 참여해 자사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경매에 내 시장가에 반영시킨다는 등 불만을 토로했다.

박 신임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화랑계에 ‘벽’이 생겼다”며 “불신의 벽이 존재하면 외부 사안에 대처할 때 비효율성이 생기고 의견수렴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이 신임 회장으로서 초반부터 강경하게 비치지 않겠느냐는 의견에는 “그래서 더욱더 힘을 모으고 의견을 수렴하는데 역점을 두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방법의 하나로 그는 ‘멘토제’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배 화랑’은 멘토, ‘후배 화랑’은 멘티가 돼 미술계 발전을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출품되는 미술품의 일정한 질을 유지하고 아시아 화랑협회와 지속적인 교류도 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