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가 수년간 '악성 댓글'… 1년간 영장전담도 지내
부장판사가 수년간 '악성 댓글'… 1년간 영장전담도 지내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2.1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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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에 익명으로 정치적으로 편향된 9000여 건의 익명 '악성 댓글'을 작성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 판사가 과거 영장전담 판사를 지내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다룬 것으로 확인되면서 법원 인사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마저 나와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A 부장판사(45)는 사법연수원 25기로 지난 2012년 수도권 지방법원에서 영장전담 판사를 1년간 일해오다가 이후 외국인·성폭력 사건 전담 재판부를 담당했다.

영장전담 판사는 영장전담 구속, 체포, 압수수색, 감청 등 강제수사를 위한 각종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다.

A 부장판사는 2012년 7∼8월에는 옛 통합진보당 핵심 관계자이자, 내란음모 사건으로 기소됐던 홍순석·이상호씨에 대한 통신제한조치허가서(감청영장)을 네 차례 발부했다. 두 사람에 대한 통신영장도 발부했다.

국가정보원에 내란 사건을 제보한 이모씨는 A 부장판사가 발부한 영장 덕분에 이들과의 대화를 녹음해 수사·재판에 증거로 제출할하기도 했다.

또 A 부장판사는 통진당 관계자들에 대한 카카오톡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해 검찰의 내란 사건 수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카톡 영장은 수원지법에서 처음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 부장판사는 이듬해부터 형사합의부 재판장을 맡아 내란 사건의 본안 심리를 배당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야권을 비난하고 여권을 옹호하는 악성 댓글을 상습적으로 달아온 사실이 확인된 데 이어 이처럼 민감한 정치적 사안까지 다룬 것으로 밝혀지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A 부장판사는 포털사이트에서 아이디 3개를 사용해 각종 기사에 야권을 비난하고 여권을 옹호하는 악성 댓글을 상습적으로 단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된 댓글만 2000여 개로 실제 올린 댓글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A 부장판사는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촛불 폭동'으로 표현하고, 항소심 판결에서 법정 구속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서도 "종북세력을 수사하느라 고생했는데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다"는 글을 남겼다.

지난달 터키에서 실종된 김모군 사건 기사에는 '이런 종북들이나 김군이나 폭력 투쟁에 길든 늑대들. 염산병과 쇠망치로 점철됐던 촛불 폭동이 그립지? 평양은 비난 못하면서 IS는 손가락질하는 이중성'이라는 댓글을 적었다.

또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 기사에는 '야당 지지자들은 기사 한 줄 안 읽어보고 제목만 보고 곧바로 욕설과 막말 공세. 이런 지능 수준인 분들이 지지하니 문재인씨가 대선에서 이길 수가 없는 거지'라고 평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투신의 제왕'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해 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비선 실세' 의혹을 받은 정윤회 씨(60)와 관련해서는 "비선 실세 의혹은 허위 날조"라고 주장했다.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필요가 없다. 검찰은 범죄를 수사하는 곳이지 여론의 궁금증을 푸는 곳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A 부장판사는 '악성 댓글' 문제가 알려진 후 판결 선고를 앞둔 재판의 변론을 서둘러 재개하고 휴가를 낸 채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판사는 편향된 가치관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지금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