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앙정부 복지사업에 허리 휘는 지자체
[사설] 중앙정부 복지사업에 허리 휘는 지자체
  • 신아일보
  • 승인 2015.02.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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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논란 '지방세 증세'로 번지는 양상
보육 등 기본 복지예산 정부가 맡아야

박근혜 정부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가 추진한 각종 복지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

재정은 늘지 않고 써야할 돈은 많아졌다.

이 정부 출범이후 지방정부가 지출하는 사회복지비용은 매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3년 전국 지자체는 전년보다 무려 14% 급증한 55조8300억원을 사회복지비용으로 썼다.

지난해는 사회복지비용이 65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7.5%나 증가했다.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 앞이 캄캄한 상황이다.

이처럼 지자체의 복지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돈을 대는 매칭사업(공동부담사업)에 들어가는 복지예산 비중이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 관련 예산의 90%를 넘어섰다.

중앙정부가 복지를 확대함에 따라 분담금 대기에 급급한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모든 복지사업이 중앙정부·지방정부 분담 형태로 추진되다보니 중앙정부가 복지사업을 늘리면 지방정부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절대금액이 급증할 수 밖에 없다.

법률상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매칭사업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치하도록 돼 있는 탓에 지자체들은 다른 예산들 줄여 분담비용을 메워야 한다.

지금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10년 후인 2025년에는 지자체 복지예산 전체가 매칭사업 비용으로 쓰이게 된다는 결론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시책 사업에 예산을 끌어대느라 힘에 부친 자치단체들이 지역형편에 맞춰 자체적으로 시행해왔던 복지사업들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전남 목포시는 200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노인목욕비지원사업'을 올해 축소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연간 3800원짜리 목욕권 33장씩 지급하던 것을 올해부터 대상을 70세 이상으로 높이고 목욕권도 18장으로 줄인 것이다.

자체비용으로 출산 축하금을 줬던 광주 동구도 5년만에 출산장려사업을 접었다.

지자체의 자체복지사업이 지방세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자체사업비중은 2008년 13.4%지만 2013년에는 9.2%까지 감소했다.

정부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지자체가 지역맞춤형 복지정책을 포기하고 있다는 뜻이다.

재정이 벼랑끝에선 지자체의 고민은 또 있다.

지난해 초·중학교에 다니는 445만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을 무상급식이다.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한 대통령의 약속은 온데간데 없이 공약(空約)이 되고 지자체에 짐을 떠넘긴 것이다.

정부가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외면하는 사이 전국 지자체는 아이들에게 점심을 먹이기 위해 1조573억원을 지원해야 했다.

지역교육청도 1조5600억원을 썼지만 정부지원은 한푼도 없었다.

지자체의 재정상황은 현 정부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

2012년 56.2%였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에는 44.8%로 크게 낮아졌다.

정부가 2008년부터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정책을 펴면서 지방교부세의 총 규모도 감소해 지방으로 내려놔야할 세금이 확 줄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 대통령은 최근 지방재정개혁을 강조함으로써 지방재정의 악화 이유가 지방정부에 있는 것처럼 그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행정자치부는 '지방교부세제도개편' 방침을 밝히면서 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의 세율을 현실화하겠다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간 증세논란이 '지방세 증세'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교부세를 무기로 지자체가 지방세를 올리도록 강제하려한다는 비판을 피할수 없게 됐다.

지자체들은 한푼의 교부세라도 더 받기 위해 주민세 등 지방세를 올려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정부는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복지사업 때문에 지방정부가 휘청거리는 상황을 제대로 직시해 중앙정부가 해야할 일과 지방정부가 맡아야 할 일을 분명하게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