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업난, 결혼·출산·육아의 꿈 앗아간다
[사설] 취업난, 결혼·출산·육아의 꿈 앗아간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2.0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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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해소 위해선 고용 안정부터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 대책으론 안돼

최근 극심한 저출산 영향으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도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이 ‘만혼(晩婚)’ 의 해결책이다.

결혼이 늦어지면 첫아이를 낳는 시기가 늦어져 출산율도 함께 떨어진다.

가임여성의 첫 결혼나이가 1990년대에는 25세였지만, 2013년에는 30세로 급격히 높아졌다.

여성이 첫 아이를 낳는 나이도 1990년에는 평균 26세였지만 2013년에는 32세로 무려 6세나 올랐다.

늦게 결혼하면 자녀를 출산할 여유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바로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평균 자녀수는 30세 이하에 결혼할 경우 2명이었지만 35~39세에 결혼한 경우는 0.8명으로 1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톱3’인 일본·독일·이탈리아 보다도 훨씬 낮은 출산율이다.

정부는 지난 10년동안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15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적령기에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야 할 젊은 세대가 3포세대(취업포기.결혼포기.출산포기)로 내몰리는 암울한 상황을 맞고있다.

이 때문에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 저출산 대책을 기본부터 다시 짜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도 그동안 무상보육과 노인지원에 집중했던 정책방향을 결혼 연령 낮추기로 방향을 틀었을뿐 각종 예산지원사업은 그대로다.

과거 성장률이 높던 시절에 중구난방으로 짠 지원대책이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고 그 틀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경제는 2001년부터 초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서 생산인구가 감소되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등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복지부가 만혼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취업난과 신혼주택 마련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일자리가 불안정하면 자녀를 가져야 할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안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1980년대 중반부터 10여년간 1.5명 수준을 유지하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은 1990년대 말부터 급격히 하락하는데 이는 IMF외환위기 이후 고용시장이 무너진 시기와 일치한다.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1977년 3.99명으로 떨어진 뒤, 1984년 1.74명, 1997년 1.5명 선을 유지하다 2013년엔 1.19명으로 다시 떨어졌다.

만혼의 주 원인인 고용불안의 가장 큰 현안은 비정규직 문제다.

비정규직 규모는 2014년 8월 기준 고용노동부 추산은 32.4%이다. 그러나 통계청조사(35.2%)와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조사(45.4%)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비정규직은 임금자체가 낮고 신분이 안정되지 못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저출산의 중심에 서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또 민간기업은 사회대타협을 통해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하거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여성고용률을 끌어 올리는 것도 생산인구 부족사태에 대응하면서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여성 고용률이 61%이하로 하위권인 한국.스페인.이탈리아는 출산율도 1.28~1.42명(2012년 기준)으로 바닥수준인 반면 출산율이 높은 노르웨이.스웨덴.네덜란드.덴마크는 여성고용율이 80% 이상으로 훨씬 높다.

여성고용률이 높아지면 출산율도 쑥쑥 오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저출산 해소를 위해선 정부가 20~30대들을 위한 일자리창출과 고용안정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