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스펙 없이도 저를 보고 희망가지길”
“학력·스펙 없이도 저를 보고 희망가지길”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5.02.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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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9급 출신 1급 승진 박현숙 여성부 기조실장
 

“저처럼 학력이나 스펙이 없어도 열심히 하면 좋은 자리로 갈 수 있는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합니다.”

9급으로 입문해 지난달 1급(일반직고위공무원 가급) 자리에 오른 박현숙(57)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6일 인터뷰에서 “저를 보고 9급 후배들이 열심히 하면 1급까지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를 바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 정부에서 9급 출신 인사가 1급 자리까지 오른 것은 박 실장이 처음이다.

차관부터는 정무직이기 때문에 1급 자리는 공무원이 승진으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다. 박 실장의 1급 승진은 그가 여성이라는 점, 하위직 출신이라는 점, 지방직으로 시작했다는 점 등의 이유로 여가부 및 다른 부처에서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공무원으로 사회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소박했다.

박 실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75년 지방행정 9급 공채시험을 거쳐 경기도 시흥군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원래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집안 형편상 대학 진학이 어려웠다. 친척 중에 공무원이 있어 부모님의 권유로 시험을 봤던 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공무원 사회에서 인정받게 된 것은 어느 조직에서나 통하는 일종의 모범 답안이라고 할 수 있는 ‘성실함’ 덕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남한테 지지 않고, 매사를 완벽하게 하려는 성격이 있었어요. 그래서 일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저 나름대로 일을 맡으면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상대편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점을 주위에서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지만 ‘주경야독’으로 학부에 이어 석사까지 마쳤다. 취업 소식을 전하자 대학 진학을 강력하게 권하던 고등학교 선생님께 “직장 다니면서 꼭 가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의 성실함은 1989년 군포시청 경리계장 발탁으로 이어졌다. 여성 공무원이 주로 민원 업무나 호적 담당 업무를 했다는 점에서 당시로는 9급이 1급으로 올라가기보다 더 어려운 일로 받아들여진 인사였다. 그는 “아마 여성 경리계장은 전국 최초였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리고 그는 우연히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1994년 처음으로 지방직 6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개설된 ‘여성 공무원 간부 양성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참여하기 전까지 그는 중앙부처 공무원이 된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그는 “지자체에 있으니 그때 볼 수 있던 가장 높은 분이라야 시장이나 군수여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앞으로 더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마침 여가부 전신인 정무장관실의 인원이 확대되면서 중앙부처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중앙 부처에서도 성실함을 무기로 승부했다. 그리고 정부장관실이 여성특별위원회로 바뀌고 여성부, 여성가족부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업무에 매진하며 ‘여성 정책 전문가’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여성가족부 운영지원과장, 여성정책국장 등을 거쳐 부처 정책을 기획·총괄하는 기조실장까지 올랐다.

박 실장은 중앙 부처 공무원으로 일하는데 지방 공무원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 행정시스템을 잘 안다는 게 도움이 된다. 어디를 통해야 그 업무가 바로 되는지를 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실장은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 스스로 노력도 있지만 사회 분위기의 변화가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조실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실질적인 양성 평등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