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병역·재산 이어 '언론외압'까지
이완구, 병역·재산 이어 '언론외압'까지
  • 장덕중 기자
  • 승인 2015.02.0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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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청문회서 소명해야" vs 野 "총리 부적격"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병역특혜·땅투기'에 이어 '언론외압'이라는 암초까지 만나면서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애초 잡혔던 일정에서 하루씩 연기된 10∼11일 이틀간 개최된다.

직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내며 여야 협상 창구로 활동했던 이 후보자는 당초 지명될 당시만해도 순조롭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자에 대한 각종 부정·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야당에서는 자진사퇴까지 거론하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단 "청문회에서 소명 기회를 주자"며 방어막을 치긴 했지만,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증가하는 분위기다.

◇언론사 외압 파문
이 후보자는 국무총리 지명 이후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 대한 의혹보도를 막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이 후보자의 발언이 담긴 음성파일은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실을 통해 KBS에 건네져 지난 6일 공개됐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라고 말했다.

그는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 해? '야 김 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라며 언론사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이날 밤 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즉각 사과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대언론관을 고스란히 드러낸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청문회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예고했다.

◇타워팰리스·분당 토지 부동산 투기 의혹
이 후보자의 언론사 외압 행사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된 보도를 막아달라는데서부터 시작됐다.

이 후보자는 강남의 대표적 주상복합아파트인 타워팰리스 매매를 통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기고도 재산 신고에는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자 측은 "이 후보자가 타워팰리스를 매수할 당시 '주택건설촉진법' 등의 관계 법령은 분양권 매매를 허용하고 있었다"면서 "이 후보자의 분양권 매입은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이 후보자의 장인이 샀다는 경기도 분당 토지 투기 의혹 역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땅은 2000∼2001년 이 후보자 장인과 장모가 2억6천만원에 사들였고, 후보자 부인에게 증여된 2002년 무렵 2배 상당으로 올랐다. 2011년 후보자 차남에게 다시 증여된 시점에는 1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당시 주변 13개 필지가 동시에 거래됐고, 토지 계약자 중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의 자녀 3명, 중견기업 회장 등이 포함돼 있어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사들인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차남은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고지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당시 땅을 분양한다는 광고성 기획기사가 언론에 여러차례 나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정보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샀다"고 반박했다.

또 유력자들과 같은 날 매입한 경위에 대해선 "매도자들의 세 부담을 줄이려고 부동산 개발업체가 공시지가 변동일인 7월 1일 이전에 한꺼번에 매매계약을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차남 이어 본인도 병역기피 의혹
애초 차남의 병역 기피 의혹이 제기됐으나 현재는 후보자 본인의 병역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징병신체검사에서 이른바 평발 변형을 불러오는 '부주상골'을 사유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으며, 1년 만기를 채우고 소집해제 됐다. 중학교 시절 마라톤 중 다쳤다는 게 이 후보자 측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최초 징병검사에서는 '1급 현역' 판정을 받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본인이 재검을 신청해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야당에서는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차남 역시 최초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재검 끝에 면제를 받았다. 미국 유학시절 축구를 하다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완전파열된 게 원인이었다.

이 후보자는 지명 직후 차남의 공개 검증을 자청해 실제 수술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혹이 해소되는 듯했다.

그러나 야당은 '환자 본인이 수술을 원했다'는 취지의 차남 수술기록지를 근거로 적극적 면제를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청교육대 사건·'황제특강' 논란
이 후보자는 또 삼청교육대 업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시간당 1000만원짜리 황제특강을 했다는 의혹을 잇따라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3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삼청교육대 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자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내무분과위에 소속돼 활동했는데,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2007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분과위는 삼청교육대 사건에 주요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보위 김만기 전 사회정화분과위원장은 5공(제5공화국) 청문회에 출석해 행정각부 실무자가 파견요원으로 참여해 업무를 협의·조정했다고 했다"면서 "이 후보자도 내무분과위로 파견돼 온 실무자인 만큼 삼청계획에서 핵심역할을 했고, 그 공로로 보국훈장광복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김경협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자는 충남도지사 퇴임 한달 만에 우송대학교 석좌교수로 채용됐고, 여섯차례 특강을 하고서 급여로 6000만원을 받았다"며 "황제특강이란 말이 무색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자 측은 "후보자가 1년 4개월 동안 석좌교수로서 임용돼 수행한 활동과 업적 전체를 보지 못하고 학부 및 대학원생에 대한 6회 특강만 언급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준비단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10년 1월 15일부터 2011년 4월30일까지 우송대학교 솔브릿지 국제대학의 석좌교수로 근무하면서 총 5076만4000원의 급여를 받았으며, 이 중 소득세와 주민세로 250만854원을 납부했다.

◇박사 논문 표절 의혹
1994년 단국대 행정학과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 '정책집행에서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 경찰공무원의 사례를 중심으로'가 표절 의심을 받고 있다.

논문 곳곳에서 1984년 발간된 책 '정책학원론'에 실린 문장이 별도 인용표시 없이 거의 그대로 인용됐으며, 소제목과 목차 순서도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석사학위 논문인 '은행원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에 실린 내용도 인용 표시 없이 사용됐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의혹과 달리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이 후보자는 "20년이 넘은 논문을 지금의 엄격한 잣대로 본다면 지적이 맞을 수 있다"고 한발짝 물러선 상태다.

◇與 "청문회서 소명해야" vs 野 "총리 부적격"
새누리당은 아직 의혹 단계인 만큼 청문회를 통해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새누리당 간사인 정문헌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 보도만 보면 말이 거칠게 나왔는데 일단 이 후보자가 이에 대해 사과를 표명했다"면서 "실제로 이 후보자의 인식이 그러한지, 아니면 편한 자리에서 격의 없이 나온 얘기가 부풀려졌는지 청문회에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그동안 제기된 병역, 재산 문제 역시 이 후보자의 입장을 들을 기회가 적었던 만큼 청문회장에서 발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청와대의 쇄신 카드로 나온 이 후보자가 이미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자가 언론인들을 상대로 협박에 가까운 넋두리를 늘어놓은 것을 본 국민이 혀를 차고 있다"며 "아무리 급하다고 할 말 못할 말을 가리지 못한다면 총리 후보자로서 부적격"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이 후보자에 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과거 원내 협상 파트너였던 점을 감안해 명확한 해명을 촉구하는 선에서 공세 수위를 조절했지만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신아일보] 장덕중 기자 djjang57@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