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개편안 재추진"…백지화 6일만에 번복
"건보료 개편안 재추진"…백지화 6일만에 번복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2.03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정·청 혼선 거듭… "전화위복삼아 건보료 전면 개편 논의해야"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보육시설 아동학대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건강보험료 개편 논의를 사실상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던 보건복지부가 6일만에 또다시 입장을 번복해 연내 추진 의사를 밝혔다.

고소득 직장가입자 등에게 건보료를 더 물리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춰주는 방향으로 추진되던 개편 논의가 돌연 중단되자 "고소득자의 반발이 두려워 저소득층을 외면했다"는 각계의 질타가 그야말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또 당내 지도부를 교체한 집권여당이 정부의 정책혼선에 강력히 경고하며 당 주도의 당정관계를 밀어붙이면서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복지부는 국가 중요 정책을 두고 혼선을 빚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핵심 당국자는 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정부가 건강보험 개선안을 마련하면 당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이른 시일 안에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정부안을 만들어 당정협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문형표 복지부장관이 사회적 공감대 미비 등을 이유로 "올해 중에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한지 6일 만이다.

이 당국자는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바뀐 만큼 중단된 건보료 개편 논의가 당정협의 등을 거쳐 재개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건보료 개편 백지화 발표 이후 성향구분없이 각계에서 한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내고, 특히 원내 지도부를 교체한 여당이 건보개편 연기 방침 등 정책 혼선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나서자 이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두 손 드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이날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건강보험료 개편 연기를 비롯한 정책 혼선과 관련,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에 대해 "위기의 종이 울리는 데 앞장서지 않거나 충분한 고민 없이 정책을 쏟아내고 조변석개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경고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발표를 연기한 건강보험 개편에 대해 "저소득층한테 혜택을 주려던 개편의 취지는 옳다고 생각하고 당장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무엇 때문에 발표를 못 했는지, 어떤 점을 수정·보완해야 하는지 들어보겠지만, 완전히 추진하지 않고 백지화한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이 사실상 백지화된 데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자 청와대는 두 차례에 걸쳐 "백지화는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월 30일 "'연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이 발표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정회의에서 종합적으로 처리할 문제"라며 재추진 여지를 남겨뒀다.

개편 백지화 발표가 "복지부 자체 판단"이라는 복지부 설명 그대로라면 건보료 개편을 둘러싼 이번 혼란이 당·정·청의 소통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복지부 발표에 청와대 의중이 반영됐다고 해도 성급한 정책 백지화 발표와 번복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책 혼란과는 별개로 건보료 개편 논의를 다시 시작한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정부가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땜질식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지난 1년 6개월간 진행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전면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획단은 지난해 9월까지 총 11차례의 전체회의를 통해 △ 근로자에게도 종합과세 대상 소득에 대해 건보료 부과 △ 소득 있는 피부양자에 보험료 부과 △ 지역가입자 평가소득·자동차 보험료 폐지 △ 지역가입자 정률 보험료 부과 △ 지역가입자 최저보험료 적용 등을 골자로 한 개편 방향을 도출한 바 있다.

부과체계가 개편되면 전체 지역가입자 80%가량인 600만 세대 이상의 건보료가 지금보다 낮아진다. 그렇지만, 보수 외에 추가 소득이 많은 일부 '부자 직장인'이나 연금 등의 소득이 많은 '고소득 피부양자' 등 45만 세대가량은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기획단 최종 전체회의를 열어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하루 앞둔 28일 개편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