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영재특성 맞춘 영재대학 세워야”
“국내도 영재특성 맞춘 영재대학 세워야”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5.02.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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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송유근 스승’ 조용승 이화여대 교수 정년퇴임
 

국내 수학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 조용승(66)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에게는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직함이 생겼다. 바로 ‘천재 송유근(18)군의 스승’이다.

송군은 9살이던 2006년 인하대 자연과학계열에 합격하며 국내 최연소 대학생이 된 영재다. 이후 초등학교 6학년 나이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마쳤고, 약 2년 전부터는 조 교수를 사사하며 수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2005년 수학 분야 첫 정부 출연 연구소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를 설립한 조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수리과학연구소장으로 있을 때부터 이따금 유근이를 만났는데 그 역시 한때 힘들어했다”며 “영재를 사장하지 않으려면 체계적인 영재교육을 도입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인교육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과목과 시간을 초월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도 영재의 특성에 맞춘 ‘영재대학’이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학은 기초과학 분야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학문이지만 그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에 수학 연구의 기반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1975년 충북대 수학과 조교수로 부임한 이후 미국 브랜다이스대, 경북대를 거쳐 1989년 이화여대에 정착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40년간 수학을 탐구해 왔다.

그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상을 휩쓰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부작용’이 속출한다고 지적했다.

“수학 영재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입시에서는 한 문제만 틀리면 큰일 나거든요. 사실 수학 문제는 ‘오답’을 내도 상관없는 것인데…. 정답만을 요구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점차 기계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미국 브랜다이스대 수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기억을 떠올리며 “미국 학생 10명이면 답도 열 가지”라며 “스스로 생각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과적으로 창의력을 기르는 길로 나아가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이달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쉴 새 없이 달리다 돌연 정지한 기분”이라고 소회를 밝힌 그는 수많은 연구 업적 중에서도 세상의 기본 단위를 1차원의 끈으로 가정한 ‘끈 이론’(String Theory)을 바탕으로 우주의 탄생을 규명한 연구 결과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같은 학교 과학교육과 홍순태 교수와 10년간의 연구 끝에 2011년 공동 발표한 이 연구 결과는 미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피지컬 리뷰’(Physical Review D)에 실린 데 이어 당시 한국과학기술분야 10대 뉴스로 선정기도 했다.

다시 태어나도 수학자로 살고 싶다는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모방하면서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측면이 크다”며 “모방을 뛰어넘고 진정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려면 모든 학문의 뿌리가 되는 수학과 같은 기초학문에 대한 연구가 탄탄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처음 이화여대 교수로 부임할 즈음 들인 행운목 묘목이 연구실 천장에 닿고도 남을 높이로 크기까지 딱 25년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교육도 식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빨리 키우려고 이것저것 자꾸 주면 얼마 못 가 죽습니다. 천천히 시간을 갖고 정성을 쏟아부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