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국가 상대 손배소 패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국가 상대 손배소 패소
  • 박재연 기자
  • 승인 2015.01.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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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들이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15개사를 살인죄로 처벌해 줄것을 촉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으로 사망한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소송에서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심우용 부장판사)는 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박모씨 등 4명이 가습기 살균제 업체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는 원료인 CMIT/MIT의 독성평가가 이뤄진 사실,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된 몇차례 논문이 작성된 사실 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가 이를 미리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화학물질 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디닌·폐손상 원인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보고서가 있긴 하지만, 이 물질은 원고들의 사망 원인이 된 물질과 상이할 뿐 아니라 이런 보고서가 있다고 해도 국가의 주의 의무가 부족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를 소독제로 볼 경우엔 정부가 안전성을 검증해 허가하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야 하지만, 그 당시엔 가습기의 물때를 제거하는 청소용도로 봤기 때문에 의약외품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산품인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국가가 안전을 확인했어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산품은 제조업체가 자율적으로 안전을 확인해 신고하게 돼 있어 피고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이를 방지할 만한 법적 수단이 구비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에는 살균용품이 아니라 가습기 청소를 위한 용품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의약외품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해서 국가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간질성 폐손상' 등 폐질환을 얻어 2011년 사망한 피해자 유가족 6명은 2012년 1월 살균제 제조업체들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유가족들과 업체들 사이에는 지난해 8월 조정이 성립돼 이 소송에서 업체들은 빠지고 피고로 국가만 남게 됐다. 또 애초 소송을 제기한 유가족 2명은 업체와 조정이 이뤄진 뒤 소송에서 빠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낸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서만 현재 7건이 계류 중인 상태다. 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낸 구상금 청구소송도 역시 1건 계류돼 있다.
 

[신아일보] 박재연 기자 jy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