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된 건보료 부과체계개편안 보니
'백지화'된 건보료 부과체계개편안 보니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1.29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급 외 고소득 부자 직장인 오르고, 송파 세 모녀 내리고
'무임승차' 논란 고소득 피부양자도 건보료 내도록 해

보건복지부가 밑그림을 다 그려놓고 갑자기 논의를 중단하기로 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그간 가입자의 유형에 따라 복잡한 부과기준을 적용하면서 야기됐던 형평성 논란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방법은 모든 가입자에게 되도록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월급 이외에 이자 등 고소득을 올리는 직장인의 보험료를 올리고, 이른바 '송파 세 모녀'로 대변되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내리며, 특히 많은 소득이 있지만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무임승차했던 가입자도 앞으로 건보료를 내게 한다는 것.

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개편안을 정부 주도로 학계와 노동계 등으로 2013년 구성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단장 이규식)을 중심으로 마련해 왔고, 오는 29일 기획단 최종회의를 열어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안에는 모든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그간 애써 마련한 개편안은 당분간 '참고자료'로 전락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백지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기획단은 7개에 달하는 개편 시나리오를 만들어 검토했다. 모두가 근로소득 이외에 되도록 많은 소득에 보험료를 매기는 쪽이다. 기획단은 이를 토대로 부과방식을 바꿨을 때 가입자별로 보험료 부담이 얼마나 늘고 주는지, 건보재정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 등을 점검했다.

기획단이 유력하게 고려한 개편안은 임금 이외의 종합소득(이자소득, 임대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기타 소득 등)이 있는 '부자' 직장인과 소득이 높은데도 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에게 보험료를 더 매기되, 취약계층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직장가입자 중에서 매달 직장에서 받는 월급 이외에 빌딩이 있거나 전문직 자영업자, 대기업 사주 등 별도 종합소득이 연간 7천200만원(월 600만원) 이상인 4만여명은 보험료를 추가로 더 내고 있다.

기획단은 이 기준을 대폭 낮춰 보수 이외의 종합소득이 연간 2천만원을 넘는 직장가입자(월 167만원)에게 보험료를 더 부과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고액 자산 직장인 약 27만명이 보험료를 추가로 더 내게 된다.

다만, 보험료가 갑자기 올라가는 부작용을 막고자 완충장치를 뒀다. 보험료를 부과할 때 연간 종합소득 2천만원 이상에서 일단 2천만원을 먼저 공제하고서 나머지 종합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해 충격을 완화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를테면 임금 이외 연간 종합소득이 3천만원인 고소득 직장인은 3천만원에서 2천만원을 뺀 1천만원에 대해서만 추가로 보험료를 매기는 것이다.

고소득 피부양자에게도 보험료를 물리기로 했다. 무임승차의 폐단을 막기 위해서다. 이들은 스스로 생계를 꾸려갈 정도로 부담능력이 있는데도, 그간 직장가입자에 얹혀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보험혜택을 누렸다.

현재 피부양자 중에서 각각의 '개별소득'이 ▲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 4천만원 이하 ▲ 근로·기타 소득 합 4천만원 이하 ▲ 연금소득의 50% 금액 2천만원 이하 ▲ 재산세 과세표준액 합 9억원 이하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이들 피부양자의 각종 소득을 모두 합친 연간 합산금액이 2천만원(월 167만원)을 초과하면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러면 연간 종합소득 2천만원 이상을 버는 피부양자 19만명이 그간 내지 않았던 보험료를 내야 한다.

퇴직후 월 167만원 이상의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을 받는 피부양자들이 보험료 납부대상자로 바뀌게 된다.

2014년 4월 현재 피부양자는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5천80만명 중에서 40.9%인 2천47만9천명에 달한다. 전체 가입자 10명 4명꼴이다. 이 가운데 2013년 12월 기준 피부양자 2천여만명 중에서 종합소득 보유자는 230만명이다.

보수월액(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기는 직장가입자와는 달리 종합소득(종합소득 500만원 이하 세대는 세대원 수, 성, 연령, 재산, 자동차를 고려한 평가소득), 재산(부동산, 전·월세), 자동차 등을 점수화해 복잡한 방식으로 보험료를 매겨온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기본적으로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일단 부과기준에서 평가소득과 자동차를 없애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역보험료에서 자동차는 11%를, 재산은 47.6%를 각각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이럴 때 '송파 세모녀' 등 소득이 없거나 적은 저소득 가구에 대해 성과 연령 등에 따른 평가소득을 적용함으로써 가구의 생활수준(실질 부담능력)에 맞지 않는 보험료를 부과해 체납세대를 양산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초 세상을 등진 송파구 석촌동 세 모녀는 성·연령 및 전·월세를 기준으로 매달 5만140원을 내야 했다.

2014년 2월 현재 6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한 가입자는 154만 세대에 달하며 이 중에서 68.8%(106만 세대)가 월보험료 5만원 이하 생계형 체납세대다.

기획단은 그 대신 사회보험 원리상 가입자 누구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저소득 취약계층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정액의 최저보험료를 부과하되, 저소득 취약계층의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도록 보험료 경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