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해균 전 선장 수감 해적과 포옹
석해균 전 선장 수감 해적과 포옹
  • 김삼태 기자
  • 승인 2015.01.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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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쏜 해적 이젠 용서하게 됐다”
▲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지난 14일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소말리아 해적 마호메드 아라이와 면회한 후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은 지난 21일 “이제 (납치해 총격을 가한) 소말리아 해적들을 용서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해군교육사령부 충무공리더십센터 안보교육담당관(부이사관)인 석 전 선장은 ‘아덴만 여명작전’ 4주년 기념식이 열린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내 최영함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돼 폭행과 총격을 당하면서도 소말리아로 압송되는 시간을 끌어 우리 해군이 구출작전을 벌일 수 있게 해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린다.

당시 입은 총상으로 아직도 왼쪽 다리에 철심을 박고 있다. 또 신경이 끊어진 왼손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석 전 선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2011년 1월 18∼19일 삼호주얼리호 선원과 해적들은 우리나라 해군의 작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해적들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틀간 작전이 없자 20일 저녁에는 선원은 물론 해적도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덴만 여명작전이 펼쳐진 21일 오전 3시께는 해적들이 성공했다면서 술을 마시고 파티를 열었다. 지금 생각하면 지연 작전이 주효했던 것 같다”

“생사 갈림길의 긴박한 순간이었는데 감개무량하다”며 “당시 상황으로 봐서는 살아날 가망이 없었는데 이제 네 살이 됐다. 점점 자라고 있다”고 아덴만 여명작전 4주년을 맞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당시 해적 마호메드 아라이를 대전교도소에서 만났다.

“만나기 전에 좀 긴장했다. 나에게 직접 총을 쐈던 사람이라서 공포를 느끼지 않을까 우려해 정신과 의사를 대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만나서 악수하고 포옹을 하고 나니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왜 총을 쐈는지, 해적들이 작전에 실패한 원인이 뭔지를 물었다. 그에 대해 대답은 하지 않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당시 자신은 우리나라 해군의 공격을 피해서 내려가 있었다면서 나를 괴롭힌 것은 (사살된) 두목과 부두목이라며 법정에서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을 들려 줬다.

석 전 선장은 “납치한 해적들을 이제는 용서하게 됐다.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그렇다. 나는 해적들이 대한민국을 돈줄로 생각하면서 자존심을 짓밟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적도 동료가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 선장인 나를 죽이고 싶지 않았겠나. 환경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그는 해양사고시 대처와 관련 “선장은 적절한 시기에 유효한 지시를 내려야 한다. 그런데 권한만 강조하고 책임을 등한시하는 것 같다. 현장이 아니라 책상에서 상황을 파악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