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원내대표 "野 지도부와 얘기해볼 것"
여당 지도부 일각에서 제기돼온 북한인권법의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 움직임이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여야의 반대로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외통위원장인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은 물론 외통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이 20일 북한인권법의 패스트트랙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유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인권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도) 외통위에서 6개월, 법사위에서 3개월, 이후 본회의에 가면 (통상적으로) 2개월 정도 해서 총 330일 정도가 소요된다"면서 "실제 19대 국회 마지막에 처리될 수 있을까 말까 한 정도"라면서 패스트트랙을 통한 북한인권법 처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인권법에 대해 "패스트트랙에 태우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유 의원이 당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한 셈이다.
국회법에 따라 전체 재적의원 또는 상임위 재적위원 과반수가 요구하면 이를 국회의장 또는 상임위원장이 무기명 투표에 부쳐 재적의원 또는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에서 180일간 심사하고 심사 미완료시 법사위에 자동 회부되며, 법사위에서도 90일이 지나면 본회의로 자동 회부된다.
외교통일위는 전체 23명의 소속 위원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이 14명으로 '5분의 3'(13.8명)을 넘어 '패스트트랙'을 시도할 수 있다.
유 의원은 또 향후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등 외통위에서 처리할 현안 등을 거론하며 "외통위는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게 돼 있는데 만약 (여당에서) 한 사람이라도 기권이나 반대하면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부결 가능성도 제기했다.
유 의원은 "외통위원장으로서 자괴감이 들지만 외통위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사정"이라면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든지 여야 지도부가 별도로 합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면 북한인권법 처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여야 지도부 간 담판을 통한 해결을 주장했다.
이날 유 의원의 반대에 이완구 원내대표는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회의 종료 후 기자들에게 "우리 당 입장에서는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인데, 야당 지도부와도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패스트트랙을 통한 북한인권법 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심재권 의원도 새정치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 일각에서 북한인권법에 대해 패스트트랙 운운하고 있다"면서 "이는 수적 우위를 통해 독소조항으로 가득 찬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을 단독 처리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심 의원은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자유권, 생존권 등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게 목표임을 감안할 때 소관 상임위인 외통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여야 합의에 의한 합리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통위는 여야가 각각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을 지난해 11월 상정, 법안소위에서 본격적인 심의에 나섰지만 새누리당안에 포함된 북한인권재단 설립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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