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CCTV 있는 어린이집 찾아 '삼만리'
학부모들 CCTV 있는 어린이집 찾아 '삼만리'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5.01.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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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CCTV 설치 방침에 설치비 지원내용은 無
어린이집 비상… "설치비용 부담스러워"
▲ 서울 강서구 육아종합지원센터 내 드림 어린이집 놀이방에 CCTV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자녀가 다닐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를 갖추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20일 인터넷 육아정보 까페에는 동네에서 CCTV를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어디인지 묻는 질문과 답글이 잇따르고 있다.

24개월 자녀를 뒀다는 한 엄마가 "아이를 보낼 어린이집이 CCTV가 없다는 데 불안하다"고 걱정하면 CCTV를 갖춘 동네 어린이집들을 알려주는 댓글이 줄줄이 이어졌다.

오는 3월 신학기를 앞두고 각 어린이집에는 학부모들의 CCTV 관련 문의 역시 쏟아지고 있다.

집에서 통학하기 가까운지, 교사 1인당 담당 원생이 몇 명인지, 교재·교구는 충분한지 등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종전의 요소들이 후순위로 물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CCTV를 설치하지 않은 한 어린이집 원장은 "최근 학부모들이 입학 문의 때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은 'CCTV가 있느냐'다"라면서 "곧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씀드리면 '알았다'며 전화를 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CCTV를 갖추고 있는 어린이집을 찾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CCTV 설치·운영 어린이집은 전체의 21%에 불과한 9081곳에 불과하다. 5곳 중 4곳은 CCTV가 없는 셈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CCTV 설치율이 그나마 높은 편이어서 대다수 어린이가 이용하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CCTV 설치율은 더욱 낮은 편이다.

이에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어린이집들은 정부의 설치 의무화 방침과 더불어 원생 유치를 위해 서둘러 CCTV 설치 업체에 단가를 문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선 어린이집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비용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16일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발표하며 신규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CCTV 설치를 인가 요건으로 규정하고 기존 어린이집은 법 발효 후 1개월 안에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책에는 CCTV 설치비 지원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CCTV 설치비용은 카메라 설치 대수와 카메라 해상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200만∼400만원 선에 이른다.

전체 어린이집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가정 어린이집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일부 지자체는 CCTV 설치비용을 일부 지원하겠다고도 밝히고 있지만 대다수 어린이집은 전적으로 자기 스스로 설치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재정 지원도 없이 어린이집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면 해상도가 낮은 값싼 CCTV를 설치해 구색만 갖추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며 "CCTV 설치 의무화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재정 지원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