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00일> 소비심리 회복…정부 '연착륙' 전망
<단통법 100일> 소비심리 회복…정부 '연착륙' 전망
  • 연합뉴스
  • 승인 2015.01.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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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유통시장 석달 만에 정상화…불법 보조금→요금·서비스 경쟁 유도
분리공시제 도입·단말기 완전자급제 등 제도 보완 움직임

 정부가 단말기 유통 질서를 바로잡아 통신 소비자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오는 8일로 시행 100일째를 맞는다.

단통법 시행 초기 단말기 구매자들이 받는 지원금이 줄어들어 전 국민을 '호갱(호구+고객)'으로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정부 내에서는 초기 여러 부작용에도 제도가 비교적 빠르게 정착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불법 보조금 관행을 버리고 통신요금 인하와 서비스 경쟁 등을 통한 '소비자 잡기'에 나서면서 단말기 유통시장이 머지않아 정상화되고 단통법도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단통법만으로 단말기 거품을 빼거나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 위축됐던 소비심리 3개월 만에 '회복'

단통법 시행 뒤 푹 꺼졌던 단말기 유통시장은 3개월 만에 되살아났다.

법 시행 첫 달 시장은 급격한 침체를 면치 못했지만, 이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신규 가입자가 늘기 시작해 석달 만인 연말에는 오히려 평균 수준을 웃돌았다.

6일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첫 달인 10월 하루평균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3만6935명으로 같은해 1∼9월 일평균 가입자수인 5만8363명을 한참이나 밑돌았다. 1∼9월 평균을 100%로 잡았을 때 10월에는 63.3%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11월 일평균 가입자수는 5만4천957명으로 늘며 94.2%수준으로 올라섰고, 12월에는 6만570명으로 103.8%를 기록했다.

단통법으로 신규나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별이 사라지면서 가입자 중 번호이동 비중은 감소(1∼9월 38.9%→12월 29.7%)하는 대신 기기변경 비중은 증가(26.2%→41%)했다는 게 미래부의 설명이다.

또 보조금이 요금제에 비례해 차등 지원되면서 고가요금제 대신 중저가 요금제 가입이 늘어나는 '알뜰 소비' 패턴이 연출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4년 7∼9월 6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 가입자는 33.9%였지만 10월 13%, 11월 18.3%, 12월에는 14.8%로 비중이 계속 떨어졌다.

반면 3만원대 이하 저가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9월 전체 45%였다 10월에는 64.4%로 20%포인트 가까이 뛰었고, 11월 49.9%, 12월에는 54.6%로 집계됐다.

지난 석달 간 중저가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의 곡선이 교차하면서 이용자가 가입한 요금제의 평균 수준도 낮아져 단통법 직전 3개월 4만5000원이었던 평균 요금이 12월에는 3만9천원으로 14.3%(6448원)가 떨어졌다.

미래부는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높은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요금제에 가입시켜 최소 3개월 이상 유지하게 하는 행위가 금지되면서 소비자가 가입 때부터 자신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게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가서비스도 법 시행 직전 9개월간 평균 37.6%였던 가입 비중이 12월 11.3%까지 내려간 것도 이런 소비 패턴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미래부의 얘기다.

미래부 관계자는 "단통법이 도입된 10월에는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석달 뒤 시장은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본다. 안정화되고 있다는 징표"라고 말했다.

◇ "새로운 경쟁환경 조성" 평가 속 제도 보완 목소리

정부는 단통법 시행으로 불법 보조금이 판쳤던 고질적인 유통 관행이 요금인하와 서비스 경쟁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쟁 초점이 불법 지원금이 아닌 차별화된 요금·서비스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분리요금제를 통해 중고 단말기나 해외 직구로 산 외국산 단말기에도 지원금 성격과 유사한 요금할인(12%)이 이뤄지다 보니 단말기 제조사 간 경쟁을 촉발시켜 출고가가 내려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 시행 석 달 간 이통 3사에서 파는 31종의 단말기 출고가가 인하됐다.

여기에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를 겨냥한 '중저가 단말기'도 잇따라 출시돼 여타 단말기 출고가 인하에도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통사의 지원금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단말기 가격을 둘러싼 이통사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로 합리적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단통법 주무부서인 미래부에서는 이런 변화를 놓고 '고무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물론 작년 10월 말∼11월 초 이통 3사와 일부 단말기 영업점에서 벌어진 '아이폰6 보조금 대란'을 놓고 단통법의 실효성을 거론하는 말도 나온다.

당시 불법 보조금 단속에 나섰던 방송통신위원회는 대란을 일으킨 책임을 물어 이통 3사 임원을 형사고발하고 총 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불법 보조금 지원에 나선 대리점·판매점에도 처음으로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당국이 단속의 고삐를 아무리 죄더라도 불법 보조금 미끼를 던지는 것까지 미리 막아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단말기 구입에 나선 이용자 사이에서는 고가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으면 최신 단말기 구입이 어렵다며 달라지지 않은 판매 관행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반적으로 이통사 지원금 수준이 낮아지다보니 가격대가 비싼 최신 단말기는 아예 구매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불법보조금 근절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위해 추진됐던 분리공시제(보조금을 구성하는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나눠 알리는 제도)가 법 시행을 앞두고 무산되면서 반쪽짜리 법이 됐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런 비판 속에 분리공시제 도입과 보조금 상한선 폐지 등을 담은 단통법 개정안이 의원 입법형식으로 발의되는 등 일찌감치 단통법 개정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통사가 단말기 판매를 요금제와 결합하는 것을 금지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주장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올해 초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통법 100일을 바라보는 시민 단체들 사이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 속에 여러 주문이 나온다. 가시적인 성과가 있으나 정부의 이통 정책이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더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구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이사는 "'아이폰6 보조금 대란'은 소비자나 판매자 간 신뢰가 제대로 서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던 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일이 있은 뒤로 시장에서 서로 간 신뢰를 찾아가고 있고, 시장도 장기적으로는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분리요금제 등 일부 긍정적인 성과는 있다"면서도 "소비자 모두를 절대적 '호갱'에서 벗어나게 했다는데 이는 오랫동안 '거품'이 끼어 있었다는 것을 오히려 증명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소비자들은 단통법으로 더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여전하다. 정부는 단통법 개정을 통해 '출고가와 통신비 인하'라는 두 방향으로 정책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