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세모녀 살해한 가장, 극단적 선택 의혹 여전
서초 세모녀 살해한 가장, 극단적 선택 의혹 여전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5.01.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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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딸 사진 앞에선 고개 돌려
오늘 영장실질심사·내주초 현장검증
▲ '서초 세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강모씨가 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세간을 떠들석하게 만든 서초동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 강모(48)씨에 대한 경찰의 공식 발표에도 그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의문 투성이다.

전날인 7일 오후 살인 혐의로 경찰로부터 구송영장을 받은 강씨는 경찰 조사 내내 담담한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아내와 두 딸이 살해된 현장 사진 앞에선 고개를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8일 "아내와 딸과 관련된 진술을 할 때는 종종 눈물을 흘렸고, 범행현장을 찍은 사진 앞에서는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질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사 과정에서 만난 강씨는 순한 성격으로 참혹한 범죄를 일으킬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있다"도 말했다.

강씨는 유명 대학 경영학과 출신 엘리트로 3년 전 실직하기까지 외국계 회사 두 곳과 모 한의원 등 총 세 곳에서 일을 했다.

외국계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에서는 억대연봉을 받았으며, 이후 다른 외국계 회사에서도 상무까지 지냈다.

자신이 졸업한 명문대 경영학과에 교우들과 돈을 모아 장학금 1500만 원을 내는가 하면, 동문회비로 평생회비를 낼 정도로 주변 평판관리에도 신경썼다.

그는 일을 그만두고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자 두 딸에게 실직 사실을 숨긴 채 집을 담보로 5억원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

최근 1년간은 집에서 약 1.5㎞ 떨어진 고시원으로 출퇴근하며 전업투자자로의 성공을 꿈꿨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가 집을 담보로 빌린 5억원 중 생활비로 지출한 1억원을 제외한 4억원을 주식에 투자했고, 2년 만에 2억7000만원의 손실을 본 뒤 자포자기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씨가 2004년 사들인 이 아파트는 부촌으로 유명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대형 아파트(146㎡)로 매매가가 11억원에 달한다.

급매하면 제값은 아니더라도 9억∼10억원은 받을 수 있다. 강씨는 주택담보대출 5억원 외에 다른 빚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장 집을 팔아 빚을 갚더라도 5억원이 남고 여기에 주식투자 등으로 쓰고 남은 돈만해도 1억3000만원이다.

여기에 아내 이모씨 소유의 은행통장에도 2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합치면 남은 재산만 적어도 8억원이다.

양가 부모 역시 모두 중산층으로 특별한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는 부부 사이에 불화가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고, 가족들도 두 사람이 원만한 관계였다고 말했다"면서 "강씨의 장모도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강씨가 어처구니없는 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성공 가도를달리던 자신이 실직 후 계속 추락하고 있다고 느끼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강남에 산다는 자체가 하나의 사회계급적 지위가 있는데 벗어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깊은 패배감, 좌절, 실패 등이 되는데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씨는 자기가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의지가 약하고 자존심이 강해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못하는 등 성격적 문제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범죄"라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6일 체포된 이후 현재까지 식사를 하지 않은 채 가족과의 면회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며, 현장검증은 내주 초쯤 이뤄질 예정이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