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정상회담 공세, 진정성이 문제다
[사설] 김정은 정상회담 공세, 진정성이 문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5.01.0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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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을 생색내기로 여기는 북한과
지나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1일 그들의 성지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한 뒤 신년사를 통해 여건만 형성되면 최고위급 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남한에 대해 위협과 협박의 끈을 놓지 않던 북한이 이례적으로 회담을 제의, 새해 벽두부터 회담성사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에 대해 류길재 장관은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 간 대화가 개최되길 기대한다”며 “분단 70년의 최대 비극인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북한이 오늘 제기한 최고위급 회담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관심사에 대해 실질적이고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간간히 유화 애드밸룬을 띄우고는 변죽만 울리다가 대남공세의 고삐를 당기곤 했던 전례를 볼 때 섣불리 낙관론을 펴서는 안 되겠다. 오히려 남남 갈등만 부추겨 혼란만을 가중시켜왔던 사실을 우리는 이미 학습한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해 “1월 중에 당국 간 대화를 하자”고 제의했었으나 북한은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회담을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북한과의 대화가 우리 뜻대로 되리라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제기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기대한다는 의견과 지나친 기대는 북의 전략에 말릴 위험이 있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고위급 접촉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하고 “신년사를 보면 자신감이 상당히 묻어 있다”며 “김정은 정권이 김정일 3년 탈상(脫喪)을 마치고 고유의 체제를 굳혀 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새해 들어 대결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급진전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다른 전문가는 김정은의 신년사 속에 “군사연습 중단” “미국의 적대시 정책 중단” 등의 ‘전제조건들’이 붙어 있다는 점을 들어 남북 3차 정상회담을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주장은 지금으로선 지나친 긍정도 부정도 피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성급한 긍정론이 위험할 뿐더러 과거 북한의 대화 제의이후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일방적으로 제의했다가는 자기들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판을 깨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아시안 게임 폐막 시 깜짝 방문했던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의 행태가 이들의 신중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4일, 이들은 예고 없이 방남, 인천과 서울을 휘집고 다니면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모멘트가 될 것인 양 떠들어댔다. 당시 이들의 행태를 보면 마치 평화가 도래한 듯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북한은 본회담을 위한 준비 회담을 하자고 해 놓고는 한국의 불성실을 이유삼아 없던 일로 태도를 바꿨다.

이때도 고위급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아 우리정부의 입장만 어중 띄게 했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으로 우리정부가 성의가 없느니 하는 등 남남 갈등만을 부추겼다.

김정은은 회담을 제기하면서 과거와 같은 조건들을 열거했다.

군사회담중단요구는 우리를 무장해제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자신들은 재래식무기 증강도 모자라 핵무장을 서두르면서 우리보고는 뒷짐 쥐고 있으라는 것은 우리의 안방을 내놓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중단도 우리에게 요구할 안건이 아니다. 북한이 이를 모르지 않을 터인데 이러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은 회담성사에는 관심이 없이 선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한 단면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우리가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을 조건으로 내세워 회담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화는 필요하지만 성급한 기대를 해서는 과거와 같이 남남 갈등만을 조장할 뿐이다.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