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악순환… '0%대' 물가상승률 이대로 괜찮나
경기침체 악순환… '0%대' 물가상승률 이대로 괜찮나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4.12.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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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물가상승률 0.8% 기록
올해 소비자물가 1.3% 상승… 작년 이어 199년 이후 최저
디플레이션 우려 갈수록 커져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장기적인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에 이어 1%대에 그쳤다. 2년 연속 1%대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작년 동월 대비 12월 소비자물가는 0.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14개월만에 다시 0%대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작년보다 1.3% 올라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0.8%를 기록한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1.6% 올랐다. 지난해 8월(1.5%) 이후 1년3개월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인 지난달과 같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4%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3% 올라 지난해 10월(0.0%)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신선식품지수는 2.8% 하락했다. 감소 폭은 올해 들어 가장 축소됐으나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이다. 특히 신선과실(-11.1%)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신선채소도 0.1% 떨어졌다. 신선어개(5.4%)와 기타신선식품(4.8%)은 올랐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0% 오르면서 지난해 8월(3.1%)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양파(-35.0%), 배추(-27.1%) 등은 가격이 떨어졌지만 돼지고기(13.3%), 국산 쇠고기(6.9%), 풋고추(55.2%) 등이 오른 영향이다

공업제품은 작년 같은 달보다 0.6% 떨어지며 지난 1999년 4월(-0.8%)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휘발유(-10.8%), 경유(-12.6%), 등유(-12.1%) 등이 특히 하락해 유가 하락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도시가스(4.8%), 상수도료(0.6%), 지역난방비(01.%) 등은 일제히 올라 전기·수도·가스는 1년 전보다 2.1% 올랐다.

서비스는 작년 같은 달보다 1.6%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1% 올랐다.

집세는 작년 동월보다 2.2% 올랐다. 전세(3.1%)와 월세(0.5%)가 모두 상승했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많이 내려가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0%대에 진입했다"며 "유가 하락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하방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석유류의 가격은 작년보다 4.3% 하락했다. 원유 수입국인 한국 입장에서 국제유가 하락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러나 저물가가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는 최근 상황에서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면서 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미약해진 것이 저물가 기조의 원인으로 꼽힌다.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 역시 소비를 억제해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내년에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서 0.6%의 물가상승 효과가 예상되지만, 이는 수치상의 변화일 뿐 한국의 저물가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우려에 그쳤던 '일본식 디플레이션'이 한국에서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국제유가가 내년에도 한국 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치면서 물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며 "유가 하락이 경제 성장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소비·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재정·통화 등 부양책으로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지지 않게 하면서 장기적으로 구조개혁을 통해 디플레이션 유발 요인을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손웅기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정부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변동 요인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물가 구조 개선 등을 통한 체감물가 안정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