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 배출구 통해 바닷물 다량유입돼 침몰
오룡호 배출구 통해 바닷물 다량유입돼 침몰
  • 김삼태 기자
  • 승인 2014.12.3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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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퇴선명령 안 해…침몰 직전에 전원탈출

지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501오룡호'는 많은 양의 바닷물이 한꺼번에 선체로 들어왔지만 제때 배수되지 않아 기울면서 침몰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부산해양경비안전서가 발표한 생존선원 조사에 따르면 열려 있어야 할 방파문이 폐쇄되면서 갑판에 바닷물이 고였다.

여기에다 잡은 명태를 어획물을 선별하는 공간인 피시폰드(fish pond)가 열리면서 10여 차례에 걸쳐 많은 바닷물이 들어왔다.

바닷물 충격으로 피시폰드와 어획물 처리실 사이 나무 격벽이 파손되면서 처리실 쪽으로 바닷물이 들이쳐 어획물이 처리실 배수구를 막아 처리실에 물이 급격히 유입됐다. 

여기에다 해치문에 그물이 끼면서 10㎝ 정도 틈이 생겨 바닷물이 계속 들어와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었고, 어획물 처리실과 연결된 타기실까지 침수되면서 조타기가 고장 나 배가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때 한 간부 선원이 엔진을 끄면서 배는 자력 항해를 못하게 됐다. 오른쪽으로 기운 선체를 바로 잡으려고 오른쪽에 있던 연료유와 어획물을 왼쪽으로 옮겨 선박 복원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부산해양서는 설명했다.

인근 선박에서 지원받은 배수펌프로 물을 빼 선체가 일시적으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오른쪽에서 큰 파도를 맞으면서 왼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오물 배출구를 통해 많은 양의 바닷물이 선체로 들어온 것이다.  

이현철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오룡호 수사전담반 팀장은 "올해 9월께 조업 중에 파도를 맞아 오물 배출구 덮개가 파손됐는데 수리하지 않아 바닷물 유입을 막고 오물만 배밖으로 배출하는 오물 배출구가 기능을 상실, 많은 양의 바닷물이 선체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선장은 끝까지 퇴선명령을 하지 않았고 침몰 직전 러시아 감독관과 갑판장, 처리장이 선원 모두 구명동의를 입게 하고 나서 조타실로 모이게 했지만 배가 빠르게 기울어 인명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감독관과 생존한 외국인 선원 6명은 구명 뗏목 3개를 터뜨려 잇고 나서 바다로 뛰어들어 생존했지만 다른 선원들은 제때 탈출하지 못해 변을 당한 것이라고 생존 선원들이 진술했다고 이 팀장은 전했다.

이 팀장은 사조산업이 추가로 받은 쿼터 때문에 무리한 조업을 지시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고 선체 결함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부산해양서는 사조산업을 상대로 자격이 떨어지는 선원들을 배에 태운 경위 등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부산/김삼태 기자 st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