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업계 "새해가 무섭다"
농수축산업계 "새해가 무섭다"
  • 박재연·문경림 기자
  • 승인 2014.12.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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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시장 개방·FTA 잇따라 발표… 전방위 피해 불 보듯
▲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호주산 쇠고기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초부터 캐나다 등 영연방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잇따라 발효하기 시작하면 낙농·축산업과 수산업 등에서 그동안 우려했던 피해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28일 정부와 농수축산업계 등에 따르면 영연방 3개국 가운데 호주와의 FTA가 지난 12일부터 효력이 발생했고 캐나다와의 FTA는 내년 1월 1일 발효됨에 따라 소고기 등 축산물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기준 호주와 농축수산 분야 교역액은 29억9300만달러며 무역적자가 27억8000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무역역조가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소고기 수입은 호주산이 55%인 14만7173t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9만2145t·34.5%)과 뉴질랜드(2만5345t·9.5%)가 뒤를 이었다.

현재 호주산과 캐나다산에 부과하는 관세 40%는 15년 뒤인 2030년에 무관세로 전환돼 사라진다.

돼지고기의 경우 호주산은 냉동을 제외하고 10년 안에, 캐나다산은 5∼10년 안에 관세가 폐지된다.

이처럼 수입육류는 한국인의 식탁을 점령할 시기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캐나다·호주와의 FTA 발효로 15년간 국내 농축산업 분야의 생산이 2조1000억원 이상 감소하고 이 중 축산업 분야에서 1조7500여억원 줄어들 것이란 분석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기도 했다.

낙농·축산 강국인 뉴질랜드와의 FTA도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뉴질랜드로부터 쇠고기 1억1400만달러, 치즈 1억224만달러 등을 수입했는데 FTA가 발효되면 탈전지분유와 연유를 첫해에 무관세로 1500t을 들여오고 매년 3%씩 늘여 발효 10년 뒤에는 1957t을 무관세로 수입해야 한다.

혼합분유는 관세를 10∼15년간 철폐키로 했고, 치즈는 7∼15년간 관세를 없애는 대신 무관세로 수입하는 물량(TRQ)을 7000t에서 시작해 매년 3%씩 늘리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뉴질랜드와의 FTA 후 15년간 농축산업 피해규모는 캐나다와 유사한 4000억∼5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과의 FTA에서 중국산 농산물의 '공습'을 우려해 낮은 수준의 개방에 합의했지만, 양념류 등 밭작물 품목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베트남과의 FTA가 발효하면 구아바와 망고 등 열대과일과 건조·냉동 마늘, 건조한 생강 등 일부 민감품목은 10여년에 걸쳐 무관세로 전환된다.

베트남 천연벌꿀이 FTA 사상 처음으로 15년 뒤에 관세가 완전 철폐되고, 수산물인 새우는 TRQ 물량을 들여오게 된다.

이 밖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기존 FTA 체결국에 대한 관세 인하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농식품 분야에 대한 수입증가로 농수축산 업계가 점점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한·중 FTA 등 농식품 시장개방에 대비해 밭기반 정비 등 밭작물 경쟁력 제고, 밭직불제 확대 등 농가소득안정, 축산분야 등 농업정책자금의 금리인하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미약하다며 반발이 거세다.

이효신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은 "정부의 시장개방 대책은 기존 정책을 이름만 바꿔 내놨을 뿐 새로운 게 없다"며 "기초농산물 국가 수매제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박재연·문경림 기자 jypark@shinailbo.co.kr,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