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약(公約)과 공약(空約)
[기자수첩] 공약(公約)과 공약(空約)
  • 최휘경 기자
  • 승인 2014.12.28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휘경 기자
경기도 안양시는 최근 민선 6기 이필운 안양시장이 내걸었던 172개 공약 사업에 대해 일부 수정해 5대 과제 17개 분야 134개 사업으로 축소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철회 사업 가운데 자유공원 내 (가칭)갈산도서관과 중앙공원내 다목적 체육관 건립의 철회 사유는 '관련시설이 법정 비율을 초과한 상태로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였다.

즉, 다시 말해 법적 기준에 맞지 않아 철회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초에 공약을 만들 당시 법적 기준 조차 파악하지 않고 '선거용 공약'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내 놓았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대농단지 공영 주차장 신설 방안 역시 인근 주민 설문조사 결과 86%가 공원철거 후 주차장 조성을 반대해 철회한다고 했다. 하지만 공약을 내걸 당시 공영 주차장 신설을 반기던 주민 여론이 불과 6개월 만에 바뀌었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물론 선거에 앞서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공약이 상황적인 여건에 의해 불가피하게 철회될 수는 있지만, 법적인 요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철회한다는 것은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인 것이다.

과거 선출직의 경우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공약(空約)을 남발해도 통용되는 시대도 있었지만 다양한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공약(公約)을 그냥 헛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의식하고 공약을 만들어야 될 것이다.

아울러 공약에 대한 수정 혹은 철회가 발생하는 것은 대 시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시정을 이끌어 가는데 그 무엇보다 중요하건만, 홍보실장의 퇴임 식사 자리에서 끼워 넣기 식으로 참석한 기자들에게 약식 설명을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정 혹은 철회된 공약에 대해 기자들이 비판적으로 나올까 싶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때로는 냉철한 기자들의 비판이 약이 된다는 사실도 알아주기를 바란다.

향후 안양시도 진심으로 언론과의 소통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