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도 쉬쉬'…공사장 재해 119신고 저조
'사고나도 쉬쉬'…공사장 재해 119신고 저조
  • 연합뉴스
  • 승인 2014.12.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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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집계 산업재해 건수, 119출동신고 건수보다 10배 많아
▲ 한 건설현장에서 사용 중인 안전모의 모습. 이 안전모 아래에는 지정병원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연합뉴스

전국 건설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되는 경우는 전체 사고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이 관행적으로 119를 외면하고 계약된 사설병원에만 환자를 보내 공사장에서 다친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실제로 부상자 중 119로 긴급 후송되는 환자는 10%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119 신고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마땅히 제재할 방법도 없다.

28일 고용노동부와 소방방재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1∼2013년) 전국 공사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119 출동신고 건수는 2011년 1천569건, 2012년 2천108건, 지난해 2천112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전국 공사장 사고 재해 건수는 2011년 2만1천958건, 2012년 2만2천425건, 지난해 2만2천644건 등으로 119 신고보다 연평균 10배가량 많았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웬만한 대형 공사장 작업자 안전모에는 지정병원 연락처가 새겨져 있다"며 "10여년 전부터 수많은 대형 공사장에서 일했지만 사고가 나도 119에 신고하라고 교육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실제로 많은 대형 공사장이 지정병원과 연계돼 있다.

서울 월계동에서 아파트를 짓는 SK건설은 서울현대병원, 서울 마곡지구 건설 시공사인 한진중공업은 스카이정형외과, 전주 혁신도시의 호반건설은 박OO 정형외과 등 민간병원과 연계돼 있다.

현행법상 건설사는 현장에서 크고 작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24시간 내에 고용노동부에 보고하게 돼 있어 이미 발생한 사고를 완전히 '은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119에 신고하면 언론에 바로 노출될 우려가 있고 비용을 줄일 수도 있어 지정병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추락 사망사고에서 볼 수 있듯 지정병원에만 연락하면 가까운 소방서 대신 지정병원에서 출발한 응급차가 현장에 늦게 도착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 소방 관계자는 "대규모 공사장에서는 시민이 신고하지 않는 한 90% 이상은 지정병원에만 연락해 (사고를) 알아서 처리한다"며 "119에 신고를 통해 사고가 언론 등 외부로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행법상 119 신고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므로 특별한 제재는 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나면 가장 신속하게 조치하라는 지침은 있지만 119 신고 의무 규정은 없다"며 "119에 신고가 들어가면 관계 부처도 자동으로 사고를 파악해 더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