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 前부시장 택시기사 되다
마산시 前부시장 택시기사 되다
  • 박민언 기자
  • 승인 2014.12.18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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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식씨 2년9개월째 핸들 잡아
▲ 2년9개월째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전수식 전 마산시 부시장(58)이 자신이 모는 택시 운전석에서 웃고 있다.ⓒ연합뉴스

“택시는 인생과 세상 더 알기 위한 창”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경남도 국장, 마산시 부시장을 역임한 전수식씨(58)의 요즘 일터는 차량들이 오가는 도로 위다.

행정고시 출신의 잘나가는 엘리트 공무원이던 그의 현재 직업은 법인택시 기사다.

그는 25년 공직경력을 발판으로 지난 2010년 초대 통합 창원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벌금 200만원의 확정판결까지 받았다.

이 판결 여파로 그는 2011년 12월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이던 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직까지 그만둬야 했다.

이듬해 3월 그는 소리없이 ‘인생 2모작’ 무대로 택시를 선택, 주변을 놀라게했다.

그는 “택시운전을 하겠다고 하자 집사람은 ‘턱도 없다’며 반대했다”고 처음 택시 핸들을 잡을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2012년 3월31일 새벽 첫 손님을 받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루 24시간 꼬박 일하고 하루를 쉬는 형태로 택시를 몰며 창원시내 구석구석을 누빈다.

내년 3월31일이면 ‘택시기사 전수식’으로 만 3년을 꽉 채운다. 택시기사를 하면서 올해는 딸과 아들 결혼도 시켰다.

하루 24시간 400~450㎞의 창원시내 도로를 누비고 그가 손에 쥐는 돈은 24만원 남짓.

여기서 회사에 사납금 14만원을 맞춰주고 나면 10만원 가량이 남는다.

한달에 12일 정도를 일하니 120만원이 손에 떨어진다. 사납금을 다 넣었을때 나오는 월급 30~40만원을 더하면 한달에 150만~160만원을 번다.

노동량에 비해 적지만 매달 나오는 공무원 연금을 보태면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고 했다.

그에게 택시는 생활비를 보태고 노동의 가치를 경험하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인생과 세상을 더 알기 위한 창(窓)이기도 하다.

택시기사를 하면서 느낀 소회를 틈틈이 블로그(http://blog. naver.com/ssjun001)에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공직뿐만 아니라 택시기사로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2년9개월동안 핸들을 잡으면서 장인어른 별세하신 날 딱 하루 결근했거든요. 한번 빼먹기 시작하면 계속 빼먹게 되니 이왕 하는거 ‘제대로 해보자’고 스스로 다짐했죠”

비번일 때 그의 직함은 국제이주무역협동조합 이사장으로 바뀐다.

경남도청 경제통상국장을 할때 알게된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현 경남이주민센터) 이철승 대표와의 인연으로 지난해 3월 조합 설립 때부터 줄곧 이사장을 맡고 있다.

물론 아직 이사장 보수는 없으니 봉사활동을 하는 셈이다.

그는 김혁규 경남지사 시절 직원들의 신망을 잃지 않은 국장급 간부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선출직에 대한 미련이 있을 법 하고, 피선거권이 회복되지 않은 점이 갑갑하기도 할 법도 하지만 그는 마음을 비운 듯 보였다.

사면 복권이 이뤄지지 않는 한 피선거권이 회복되려면 아직 1년 6개월이란 세월이 남았다.

그는 “기대고 신세지기도 싫고 막내딸이 아직 고3이라 더 벌어야 한다”며 “당분간 운전대를 놓을 것 같지 않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택시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