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국토부가 대한항공 확인서 요구"
"초등학생 받아쓰기할 때처럼 10~12회 수정"
국토부 역시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고 주요사건 요지를 대한항공이 작성해 전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봐주기 조사를 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18일 "조사 과정을 전반적으로 조사해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자체 감사에 착수해 뒷수습에 나섰다.
국토부는 전날 이번 조사과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감사에 들어갔다.
사건의 중요한 참고인인 박창진 사무장 등을 회사를 통해 부르는 등 기본을 무시한 조사였다는 지적을 받은데다 박 사무장을 조사할 때 회사 임원을 19분간 배석시킨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한항공에 대한 '봐주기' 조사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높아진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의 인터뷰에서는 지난 8일 국토부 조사 후 진술서를 다시 써달라는 요청을 회사로부터 통보 받아 사실대로 진술서를 작성할 수 없었다고 폭로했다.
이는 국토부 조사의 전 과정에 대한항공이 개입한 정황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 사무장은 "국토부가 대한항공을 통해 (나에게) 사실 관계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했고, 회사관계자들 앞에서 작성했다"며 "마치 초등학생이 선생님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할 때처럼 약 10∼12회 정도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사무장은 "처음에 임원진이 먼저 브리핑을 하고 임원이 '맞잖아', '이거지?'라고 물으면 예, 아니오로 답하는 식의 조사가 이뤄졌다"며 "제가 진술할 때에도 조사실 내부의 모든 얘기가 밖으로 들려 밖에 있던 임원진들은 다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 간부가 (국토부는) 검찰도, 경찰도 아니기 때문에 거짓 진술을 어떻게 할 수 없다. 우리말만 믿게 돼 있다"고 말한 사실도 털어 놓았다.
실제로 이번 국토부 조사단에 참여한 6명 가운데 항공안전감독관 2명이 대한항공 출신으로 확인됐지만 국토부는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진화에 나선바 있다.
앞서 국토부는 사무장을 조사할 때 대한항공 측 객실 담당 임원이 동석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시인해 빈축을 샀다.
또 1등석 승객을 조사하기 위해 대한항공으로부터 이 승객의 연락처를 이메일로 받고도 뒤늦게 열어봐 조사를 시작한 지 8일만인 16일에야 연락처를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조현아 전 부사장을 고발하면서 공을 검찰에 넘겼지만 여러 정황상 '처음부터 대한항공을 봐주려 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회항 사태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어이없는 거짓 처신에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