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 34년 역사가 수첩에 고스란히
광양제철소 34년 역사가 수첩에 고스란히
  • 김청수 기자
  • 승인 2014.12.17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퇴직 앞둔 생산기술부 최영식씨 근무기록 담은 일기 30권에 담아
▲ 광양제철소 생산기술부 생산관제과에 근무하는 최영식씨(58)가 지난 34년 동안 포스코 회사수첩 30권에 광양제철소의 시작과 성장, 개인사 등을 담은 일기를 써와 화제다.

지난 34년 동안 포스코 회사수첩에 광양제철소의 시작과 성장, 개인사 등을 기록해온 정년퇴직자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광양제철소 생산기술부 생산관제과 최영식씨(58·전남 광양시).

1980년 25살의 나이에 당시 포항제철에 입사한 최 씨는 1987년 10월 광양으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광양만은 학교와 사원주택이 먼저 지어졌고 이후에 공장이 들어섰다.

그는 “공장이 무너질 거라며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모래바람을 뚫고 출퇴근하고 술을 한잔 하려 해도 태인도까지 배를 타고 가야했다. 수천 개의 모래기둥을 박아 매립하는 것을 보니 확신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최 씨의 일기에는 지난 34년 동안 철강인으로 살면서 겪은 성취와 감동, 삶의 고단함과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있었던 일련의 사건 속에서 갈등하고 만족했던 순간의 감정이 애사심과 함께 기록됐다.

1992년 포스코가 3조 3교대에서 4조 3교대로 전환하던 날, 최 씨는 일기장에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시작되던 것이다. 직원들 심신단련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기록했다.

같은 해 10월 광양4기 공장 종합준공식 날에는 “총 조강생산량 1140만t이 되었고 포스코는 총 2100만t 조강생산 체제를 갖췄다”며 “포항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광양만에서 세계를 향한 대역사를 마무리했다. 이런 현장을 지켜보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회사에 무한 긍지를 느끼는 하루”라고 썼다.

1994년 1월 27일에는 “회사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3200억의 순이익이 났다. 지난 1년 동안 직원 전체가 매우 열심히 일해온 덕분”이라고 적기도 했다.

이 밖에도 1987년 6월 항쟁, 1995년 포스코 민영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금모으기 운동 등 회사와 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은 물론 가정사와 개인사 등도 당시에 느낀 감정과 진솔한 의견을 담백하게 적어나갔다.

최 씨가 회사로부터 매년 지급받은 수첩에 쓴 일기장은 총 30권에 이른다.

오는 19일 2014년 4분기 정년퇴직을 앞둔 그는 “평생 한 직장에서 한 가정을 일구고 일하게 해준 회사와 동료에게 감사하다”며 “후배들이 포스코를 영속된 기업으로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