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靑문건 의혹' 성역 없이 수사해야
[사설] 검찰 '靑문건 의혹' 성역 없이 수사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14.12.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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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수사의 대상이지 수사 주체가 아냐
검찰의 소극적 대응은 국가적 혼란만 되풀이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락 경위가 자살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고비를 맞고 있다.

최경락 경위의 자살은 법원이 유출 혐의로 기소된 2명의 경찰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직후 일어나 충격을 더 하고 있다.

법원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통상적 사유를 벗어나 "범죄 혐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볼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가 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검찰 수사가 범죄 혐의를 소명할 만큼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 동안 본류인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은 제쳐 놓고 지류인 문건 유출만 집중해온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검찰의 이같은 수사 방향은 문건 내용은 '찌라시'이고 유출 행위는 '국기 문란'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 라인'에 충실한 결과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박대통령의 언급에 한발 더나아가 "특별감찰 결과 지난 4-5월에 청와대에 보고된 유출 문건 100여장의 출처가 조응천 전 비서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러한 발표는 법상식에 어긋난다.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감찰 결과를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 자체가 온당치 못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서 수사의 대상이지 수사의 주체가 아니다.

청와대는 앞으로 유출 사건을 사전에 파악하고서도 몰래 감춘 이유와 석연치 않은 대처에 대해 소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검찰 수사가 국민적 신뢰를 받으려면 살아 있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여부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교체 개입 의혹, 승마협회 압력설도 성역 없이 파헤쳐야 한다.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 실세가 부처의 국·과장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다는 유진룡 전 장관의 발언의 진실도 규명해야 한다.

또 문건의 제보자로 알려진 박동렬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비선 실세들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15일 검찰에 출두한 박지만 EG회장도 미행한 사람에게 받았다는 자술서 등 근거들을 제시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 회장이 명확하게 미행 사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실체가 없는 주장으로 국정 혼란만 부추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문민 정부 말기인 97년 당시 '소통령'으로 불리던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의혹에 대해 검찰이 재 수사 끝에 구속시킨 예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국민은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휘두른 검찰에 박수를 보냈다. 이 시점 검찰이 반추해야할 대목이다.

최근 검찰의 무리수가 빚은 영장 기각 사례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검찰은 세월호 유가족 3명에 대해 폭행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앞서 9월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국 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김정훈 전교조위원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역시 기각 당했다.

이 모두 '정치 검찰'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검찰의 청와대 문건 수사에 대해 국민의 60% 이상이 "신뢰할 수 없다"고 답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검찰이 대통령 주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국가적 혼란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일수록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하다.

검찰은 이제라도 본말이 전도된 '비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난무하는 의혹들을 말끔히 쓸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