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위해 호르몬 투약, 입대기피 무죄"
"트랜스젠더 위해 호르몬 투약, 입대기피 무죄"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4.12.14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성 정체성 확실히 하기 위해 몸의 여성화 시도한 듯"

정신적으로 여성성을 지향하는 남성이 군입대를 피하기 위해 성호르몬 등을 투약한 행위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2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중학생때부터 여자처럼 꾸미는 것을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는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고 성적 소수자들이 모이는 인터넷카페에서 동성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던 김씨는 군대에 갈 나이가 되자 극도의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아들의 상황을 알지 못한 어머니는 대신 지원입대를 신청했고, 김씨는 2011년 9월 입대했지만 입영 이틀만에 귀가조치됐다. "남자를 좋아한다"고 토로했기 때문.

그 뒤 김씨는 트랜스젠더로 인정받기 위해 실제 자신의 몸을 여성화하기로 결심했다.

국방부는 여성성 지향이 강한 남자의 경우 '성 주체성 장애'로 분류해 입영 대상에서 제외한다.

김씨는 재검을 받기 전 10개월간 병원에서 17차례에 걸쳐 성호르몬 등을 맞았고, 검찰은 트랜스젠더인 것처럼 위장해 병역 의무를 면제받으려한 혐의로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입대 전부터 구체적·현실적으로 성전환 여부를 고민한 점 등으로 미뤄봤을 때 성 정체성 장애를 가졌다"며 "김씨 행위를 속임수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군대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호르몬 주사를 맞게 된 하나의 계기였지만 그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몸의 여성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바 있다.

3심도 "기록에 비춰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칙에 위반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