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닻 올렸지만…효과놓고 논란 계속
단통법 닻 올렸지만…효과놓고 논란 계속
  • 연합뉴스
  • 승인 2014.12.1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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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요금제 가입 증가 효과" vs "가계통신비 내리기엔 역부족"
▲ (사진=신아일보DB)

불법 보조금 살포와 비싼 가계통신비로 상징되는 혼란스런 이동통신 시장의 모습은 올해도 계속됐고, 결국 정부는 이를 바로잡기위한 제도적 개선책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10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단통법은 단말기 보조금에 상한선을 씌우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 가입유형·지역, 나이 등에 따른 보조금 차별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거품이 낀 단말기 출고가를 끌어내리자는 취지가 담겼다.

시행 초기 이통서비스 가입자 수가 급감하는 등 일부 혼란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장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며 법이 안착해가는 모습이다. 주무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단통법 시행 이후 중·저가 요금제 가입 비중이 늘고 이통 3사가 일제히 요금·서비스 경쟁에 들어가는 등 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고무된 표정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통신비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하고 일선 유통점들은 손님이 줄어 영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며 법 폐지를 요구하고 있어 논쟁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휴대전화 시장 회복…요금제 선택 합리적으로 변화
미래부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두달째인 지난달 하루 평균 이통서비스 가입자 규모는 5만4천957명. 법 시행 전인 1∼9월 일평균 가입자 수(5만8천363명) 대비 94.2%까지 올라왔다. 시행 첫 달인 10월 3만6천935명(63.3%)으로 시장이 거의 반 토막 난 것과 비교하면 빠른 회복세다.

가입유형별로는 11월 하루 평균 신규 가입자 수가 1만6천539명으로 1∼9월 대비 81.3%, 번호이동은 1만5천184명으로 66.8% 수준이다. 10월에는 각각 67.0%, 41.1%에 불과했다.

기기변경의 경우 2만3천234명으로 오히려 1∼9월(1만5천309명) 대비 51.7% 증가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과거 보조금 혜택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기기변경 가입자에게도 차별 없이 보조금이 제공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용자들의 요금제 선택도 합리적으로 바뀌고 있다. 6만원대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10월 13.0%, 11월 18.3%로 법 시행 전인 7∼9월 평균 33.9%에 비해 절반 가까이 낮아진 반면에 4∼5만원대 중저가 요금제 비중은 7∼9월 17.1%에서 10월에는 22.6%, 11월에는 31.8%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최신 스마트폰에 따라붙는 거액의 보조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영업 행태가 사라지고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에게도 어느 정도의 보조금 혜택을 보장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이통사, 요금·서비스 경쟁 본격화
불법 보조금 살포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원성을 산 이통 3사는 단통법 시행 이후 요금·서비스 경쟁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과 KT는 피처폰 데이터요율을 0.5KB당 1.5원에서 0.25원으로 인하했고 SK텔레콤은 이에 더해 내년에 폐지할 예정이던 1만1천880원의 가입비를 앞당겨 없앴다. KT가 소비자 부담 경감 차원에서 요금약정할인반환금(위약금)을 물리지 않는 순액요금제를 출시한 데 이어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도 나란히 해당 제도를 폐지했다.

소비자 부담을 줄인 요금제도 여럿 출시됐다. KT는 데이터를 무한 제공하는 '청소년 안심데이터45' 요금제를 내놨고, LG유플러스는 온라인 직영몰에서 가입할 때 요금을 10% 할인해주는 '모바일 다이렉트'를 선보였다.

온라인 직영몰에서 휴대전화-인터넷 결합상품에 가입할 때 최대 1만9천원을 할인해주고(LG유플러스), 가족형 결합상품 고객에게 매월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SK텔레콤) 등 결합상품에 대한 이통사 지원도 늘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단통법 시행 초기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다소 몸을 사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비스·요금제를 소비자 혜택 중심으로 가다듬으며 단통법 시대 시장점유율 확보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실질 가계통신비 경감?...'글쎄'
일각에서는 단통법이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가계통신비를 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휴대전화 단말기가 법 시행 이전에 비해 여전히 비싸다는 소비자 인식도 바뀌지 않고 있다.

우선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 수가 늘었다고 하지만 고가 요금제 위주의 상품 구성은 여전하다. 이통 3사의 LTE 요금대별 구성을 보면 6만원대 이상 고가 요금제가 30종으로 전체 62.5%를 차지하고 4∼5만원대와 3만원대 이하는 각각 10종, 8종에 불과하다. 중저가 요금제의 선택 범위가 그만큼 협소하다는 뜻이다.

단말기 제조사가 출고가를 일부 인하했지만 구형·보급형 위주여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보조금 역시 정부가 비례적으로 모든 요금제에 혜택이 돌아간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9만원대 요금제 이상에만 100%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가계통신비 경감이라는 법 취지가 무색해졌다.

정부에서는 반값 요금제를 표방한 알뜰폰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지만 점유율이 8% 안팎에 머물며 소비자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원혜영 의원과 참여연대가 지난달 전국 1천명을 상대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통신요금과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이 비싸다는 응답이 각각 93.1%, 95.1%에 달한 것도 정부와 국민 간 인식의 괴리를 보여준다.

◇ 단통법 대안 찾는 움직임 활발…"더 지켜보자" 의견도
단통법 효과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보조금 상한선 폐지와 분리공시제(보조금을 구성하는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따로 공시하는 것) 도입을 명시한 단통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고, 한동안 잠잠하던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도 다시 가열되는 분위기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통사가 요금제와 결합해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이 제도를 옹호하는 쪽은 보조금 자체가 사라져 보조금을 미끼로 고가의 단말기·요금제를 강요하는 관행이 자취를 감추고 가계통신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정연은 현재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월 전병헌 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시행 2개월째인 단통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이러한 여론은 주로 단통법 입법에 관여한 여당과 정부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시행 6개월을 맞는 내년 상반기께 법의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