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산 토막살인' 박춘봉, 수원·화성 4곳에 시신유기
'팔달산 토막살인' 박춘봉, 수원·화성 4곳에 시신유기
  • 연합뉴스
  • 승인 2014.12.1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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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담긴 비닐봉지 11개 수거…경찰, 박춘봉 얼굴 공개

▲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3일 오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 피의자 박춘봉(55·중국 국적)의 얼굴을 공개했다. (사진=경기지방경찰청)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피의자인 중국국적의 박춘봉(55)은 수원과 화성 등 총 4곳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기장소를 수색해 장기를 포함한 시신 대부분을 수습하는 한편 박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수원·화성 등 4곳에 시신유기…시신 대부분 수습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3일 박에게서 시신유기 장소는 4곳이라는 진술을 토대로 수색에 나서 주요 장기 등 나머지 시신 대부분이 담긴 비닐봉지 4개를 발견했다.

이로써 경찰이 지금까지 수거한 비닐봉지는 모두 11개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장기 대부분과 한쪽 팔은 피해여성 DNA와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나머지 시신도 대부분 수습됐지만 아직 DNA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언론에 공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장기가 거의 다 발견됨에 따라 그동안 곳곳에서 제기돼 온 장기밀매 의혹은 해소됐다"며 "일부 남은 시신을 찾기 위해 내일도 수색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비닐봉지 4개가 추가 발견된 곳은 수원과 화성 경계지점인 화성시 봉담읍 야산이다.

그동안 경찰은 박이 자가용은커녕 운전면허조차 없었다는 점을 감안, 범행장소인 수원 팔달구 교동 가계약 월세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시신을 유기했을 것으로 보고 수색해 왔다. 실제로 팔달산과 수원천변은 교동 월세방에서 불과 1㎞ 내외의 거리였다.

하지만 화성시 봉담읍은 시신 훼손 장소인 교동 월세방에서 8㎞정도 떨어진 다소 먼 거리다.

도보로 이동할 경우 무려 2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이에 경찰은 박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을 수 있다고 보고 이 부분도 조사하고 있다.

박이 지난 9일 피해여성 김모(48·중국 국적)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한동안 머물러 시신 유기장소로 지목된 포천시 소흘읍 일대는 "포천은 김씨의 휴대전화만 갖다 버렸고 시신을 유기하지는 않았다"는 박의 진술에 따라 시신 유기장소에서 배제됐다.

다만 포천경찰서는 수색인력을 투입, 김씨의 휴대전화를 찾고 있다.
 

◇ 범죄사실 요지…"우발적인 범행" 주장

경찰은 이날 박에 대해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전 주거지인 수원 팔달구 매교동 주택에서 김씨를 살해한 뒤 교동 임시 거처로 옮겨와 시신을 훼손, 팔달산 등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은 경찰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밀었는데 벽에 부딪히면서 넘어져 숨졌다'며 우발적인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박은 이후 시신을 교동 월세방으로 옮겨 욕실에서 흉기 등으로 시신을 훼손한 뒤 2∼3일에 걸쳐 팔달산과 수원천변, 화성 야산 등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차가 없는 박이 김씨 시신을 교동 월세방까지 어떻게 옮겼는지에 대해선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정확한 범행 시각이나 수법 등은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박에 대한 범죄사실이 세부적으로 조사되지 않아, 구속영장에 '불상의 방법, 불상의 시각' 등이라고 표기해 검찰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완료되지 않았지만 증거가 충분히 입수된 상태여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데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 12일 오후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사건의 유령한 용의자가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수원 구도심의 단독주택 앞에서 경찰 병력이 경계를 서고 있다. 용의자는 이 단독주택 반지하 방의 세입자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검찰도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별다른 이견없이 2시간여 만에 법원에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씨의 언니는 "지난달 26일부터 동생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 올해 4월부터 동거한 사람(박춘봉)과 놀러 간 것으로 생각했는데 계속 전화를 받지 않으니 찾아달라"며 8일 오후 11시 30분께 경찰에 미귀가 신고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4일 오후 3시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 박춘봉 범행 시인…경찰, 얼굴 공개

밤새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해 온 박이 결국 이날 새벽 범행을 시인했다.

박은 경찰이 증거를 순차적으로 제시하자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원래 처음부터 증거를 내놓지 않고 피의자의 말을 다 들어준 다음 하나씩 증거를 제시한다"며 "대체로 피의자들은 더이상 거짓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순순히 자백한다"고 말했다.

박이 범행을 시인함에 따라 경찰은 관련 법에 의거 박의 얼굴을 언론에 공개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강호순 연쇄살인사건(2009년) 이후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2010년 4월 신설됐다.

이후 경찰은 특강법 '8조 2항(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을 근거로, 흉악범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같은 해 6월 경찰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49)의 얼굴사진을 처음으로 직접 찍어 일반에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