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고문보고서 공개… 물고문·성고문 등 잔혹하고 야만적 '경악'
美 CIA 고문보고서 공개… 물고문·성고문 등 잔혹하고 야만적 '경악'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4.12.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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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우리의 가치와 상반… 미국 위상에 타격"
'보복 우려' 경비·보안 강화…유엔 보고관 "CIA 책임자 기소해야"
▲ (사진=신아일보DB,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미국 CIA가 테러 용의자들을 상대로 한 충격적인 고문 내용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인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는 9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에 대한 잔혹한 고문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비밀로 분류된 6800쪽 분량의 내용을 약 500쪽으로 요약한 이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CIA의 고문은 법적 테두리를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별로 효과적이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CAI 고문보고서의 공개는 그 동안 세계 경찰국가로서 민주주의의 모범국으로 여겨졌던 미국의 반인권성과 잔속성이 전세계에 적나라하게 폭로된 것이어서 국제사회에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보고서 내용으로 인해 국제 테러 집단의 보복 공격 등이 뒤따를 가능성을 제기하고, 보고 해외 외교 공관과 시설 등에 대한 보안과 경비를 강화했다.

공개된 보고서에는 2001년 9·11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을 상대로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갖가지 잔혹한 고문을 자행했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사진=CNN 동영상 캡처)
보고서 내용을 보면 고문대상자를 7일 이상 잠들지 못하도록 하는 가 하면 한명에게 17일 연속 고문하거나, 장기간 격리, 성고문 등 CIA가 백악관과 의회에 설명해 온 것보다 훨씬 더 야만적이고 잔혹했다.

물고문의 경우 구금자가 얼굴로 떨어지는 물을 피하지 못하도록 얼굴과 턱을 압박한 것은 물론 물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턱 주변을 막음으로써 구금자의 입과 코가 실제로 물에 잠기는 상태를 만들었다.

180시간 동안 서 있게 해 잠을 재우지 않거나 벽에 세워놓고 구타하고 조그만 상자에 가두는 행위도 있었다.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포함해 구금자의 모든 체모를 깎은 뒤 옷을 모두 벗긴 상태에서 낮은 온도의 흰 방에 가두고 밝은 조명을 방 안에 켜고 매우 큰 소리의 음악을 듣도록 하는 '감각 이탈'이라는 고문도 자행되고 있었다.

또 항문을 통해 직장으로 물을 강제로 주입하는 고문도 있었으며, 한 구금자는 바닥에 발이 묶인 상태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진 사례도 있다.

이런 행위들은 개별적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혼합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자의 눈을 가린 채 총구를 대상자의 머리에 댄 뒤 대상자의 몸 가까운 곳에서 전동 드릴을 작동시키는 행위, 빗자루 손잡이를 성고문 도구로 쓰겠다고 협박한 행위도 여기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 같은 야만적이고 가혹한 심문기술은 정작 중요한 결과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미 상원 보고서는 CIA의 고문 행위가 구금과 심문 과정에 대해 법무부에 반복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전달한 것은 물론, 의회뿐 아니라 백악관의 감독 활동을 사실상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CIA의 심문 사례는 우리의 가치에 반한다"며 "대통령으로서 다시는 이런 방법에 의존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안 페인슈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번 보고서 결과가 미국 역사의 오점이라고 평가하며 "어떤 의미에서 보더라도 CIA 구금자들은 고문당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드러난 잔혹 행위가 대부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자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보고서 공개를 두고 미국 정치권의 공방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신혜영 기자 hyshin@shinailbo.co.kr